「미디어선거시대」 지구당사 썰렁…『공명선거 청신호』환영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TV토론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선거전이 주류를 이루면서 종전 대선의 「손과 발」이 돼 온 지구당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27일 후보자등록 마감과 함께 각 후보가 전국을 누비고 있지만 지구당사는 썰렁하기 이를데 없다. 지구당 관계자들은 선거기간 내내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로 북적대고 각종 홍보물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92년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의 대선 같으면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밤샘했을 지구당 당직자들도 이번 선거기간에는 대부분 밤 10시면 자리를 비운다. 본격 선거철이 다가왔는데도 이처럼 지구당이 한산한 것은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지구당 중심의 선거운동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개정 선거법이 지구당의 주된 선거운동방법인 홍보물 배포와 전화유세를 금지해 지구당은 「구전(口傳)홍보」 외에는 별다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기간중 거의 매일 열리던 지구당별 비상대책회의도 사라졌고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한 지구당 관계자는 『선거초반이기는 하지만 TV토론이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면서 지구당 차원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화유세를 하느라 10여개 전화회선을 추가로 신청하고 홍보물 배포교육, 사랑방모임 주선 등으로 전쟁터 같았던 과거의 지구당 사무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같은 변화에 대해 시민들은 불법 혼탁선거 풍토가 사라지고 깨끗한 선거문화가 자리잡는 청신호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역업을 하는 박광호(朴光鎬·50·서울 종로구 삼청동)씨는 『예전 선거때와는 달리 거리에 굴러다니는 홍보물도 없고 거리에서 옷을 붙들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원도 사라져 선거문화가 진일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최장집(崔章集·정치외교학)교수는 『선거방식이 과거의 대규모 군중집회에서 대중매체 중심의 미디어선거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만 후보의 실체보다 이미지 중심의 선택이 될 수 있는 함정을 유권자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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