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본 교내흡연]『흡연실 설치 대찬성이예요』

  • 입력 1997년 11월 1일 20시 30분


경기 성남시 효성고 조원자교사(57·여)는 교내 흡연실 설치(본보 10월31일자 39면) 보도가 나간 바로 그날 국어시간을 이용, 2학년7반 여학생 40명에게 「담배와 나」라는 주제로 작문숙제를 냈다. 조교사는 흡연실 설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흡연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 작문숙제를 내기로 한 것. 그러나 숙제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생각은 조교사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여학생 40명 가운데 흡연실 설치에 반대한 학생은 단 세명에 불과, 「대찬성」으로 나타났다. 단 한명만이 『흡연실을 설치하면 담배를 더 피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나머지 두명은 『담배는 숨어서 피워야 제 맛』이라며 엉뚱한 이유를 내세워 반대했다. 조교사는 학생들이 숙제를 통해 그동안 속으로 감춰왔던 담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작문 가운데는 「어른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 불량학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담배와 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또 『대부분 중학교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골초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들은 『의지가 약해 담배를 끊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무조건 나무라기보다는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여학생은 『남학생의 80∼90%가 담배를 피우는 마당에 더이상 무엇을 숨기겠는가. 흡연실은 「금연을 권장하는 장소」로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교사는 『모범생들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어 놀랐다』며 『흡연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효성고는 흡연실 운영에 앞서 학생들의 흡연실태를 조사하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흡연실 설치에 대한 설명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성남〓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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