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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9월 11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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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한양대병원 신장이식 센터 수술실. 자신의 동생과 형에게 신장을 내준 사람에게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3명의 남녀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 뒤 밝게 웃으며 수술대에 올랐다.
릴레이식 신장기증의 불씨를 처음 지핀 사람은 정여임(鄭女任·45·여·서울 노원구 하계동)씨.
정씨는 「생명체라는 것이 너무 약하고 고통속에 꺼져가는 생명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달 13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朴鎭卓)에 신장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정씨의 신장을 받아 최상곤(崔相坤·30·경북 경주시)씨가 새 생명을 얻게 되자 이날 한양대병원에 들른 최씨의 누나 상복(相福·37)씨가 자신의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다.
상복씨는 『2년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동생을 봐오면서 남이라도 내 신장을 선뜻 떼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이정천(李正天·41·서울 관악구 신림동)씨에게 신장을 기증키로 약속했다.
그러자 이에 감동한 이씨의 동생 장현(37·회사원·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가 또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왕원기(王元機·42·강원 원주시)씨에게 신장을 내주기로 결심했다.
이날 릴레이식 장기기증자 3명의 첫 수술을 마친 한양대병원 곽진영(郭鎭榮·48)박사는 『신장병 환자 가족이 연쇄적으로 신장기증 의사를 밝혀 생명을 이어주는 릴레이식 신장이식은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