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임·단협 전망]노사협상 「조용한 여름」 예고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07분


서울 부산지하철의 노사협상이 9일 극적으로 타결되고 지난해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가며 난항을 겪었던 한국통신도 무난히 협상을 끝냄으로써 공공부문 노사협상이 큰 고비를 넘겼다. 해마다 노동쟁의의 제1라운드를 차지했던 지하철과 한국통신의 노사협상이 파업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의 노동쟁의가 「뜨거운 여름」을 만들 것이라는 당초예상과 달리 예년보다 조용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쟁의 불씨가 일찌감치 식어버리자 연대투쟁계획을 세워놓은 민주노총은 적잖게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지하철 등 5개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시기를 통일, 1단계 동시파업을 벌이고 그 여세를 몰아 오는 16일경부터 병원노련이 주축이 돼 2단계 동시파업, 이달 하순부터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등 주요 제조업 노조들이 3단계 동시파업을 벌인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으나 이 계획은 이제 휴지가 돼버린 셈이다. 반면 노동계로선 이번 지하철 쟁의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지하철 노조가 막판까지 사용자를 압박한 것이 노조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추세였던 올 임단협의 기류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자평. 노동계는 그동안 『임금동결 사업장은 실제로 전국 1백인 이상 사업장의 10%에 불과한데도 마치 임금동결 무교섭 무쟁의 타결이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예년보다 더 경직된 자세로 나오고 있다』며 반격기회를 노려왔다. 9일현재 의보노조 조폐공사 대우자동차 등 12곳에서 전면 또는 부분파업이 진행되고 있고 서울대병원 등 병원노련의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남은 핵심사업장들에서 대규모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경하게 몰아붙이진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예년같이 경찰이 개입하는 극한적 분규사태없이 본격휴가철 이전에 노사협상이 거의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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