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自노조 임금위임 배경]『회사없인 노조도 없다』

  • 입력 1997년 6월 26일 19시 47분


강성(强性)노조로 유명한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측에 임금협상을 위임한 것은 「회사가 망한 다음에야 노조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절박하게 다가왔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노조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삼성자동차의 구조개편보고서 파문에 이어 그룹전체가 부도위기설에 휘말리는 등 경영 위기감이 높아진데 따른 것. 그동안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 등으로 회사측에 맞서온 이 노조는 이번 「회사살리기」를 계기로 「마찰하는 노사」에서 「협력하는 노사」로 회사측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노조가 회사살리기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80년 자동차산업 합리화조치로 경영난을 겪었을 때도 노조가 회사살리기에 앞장섰다. 金善弘(김선홍)그룹회장을 중심으로 노사가 합심해 「봉고 신화」를 일으켰던 것. 당시 노조측은 임금인상분과 상여금 전액, 각종 수당을 회사에 반납했다. 현재 기아자동차 주식의 17.3%를 갖고 있는 종업원들은 이번 결정을 「머슴이 아닌 주인 의식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기아노조의 이번 결정은 민노총이나 자동차노련에도 「노사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는 물론 현재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 대우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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