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기소]몸통 못밝힌 「절반의 성공」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수사결과 발표
수사결과 발표
검찰이 5일 金賢哲(김현철)씨를 기소함으로써 한보 및 현철씨 비리사건은 4개월여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검찰이 한보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한보특혜대출비리의 「배후 몸통」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검찰은 우선 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전직 안기부 차장을 구속함으로써 수사의 성역을 일정부분 허물었다. 특히 현철씨가 관리해온 92년 대선자금 잔여금을 규명, 발표함으로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를 위해 진일보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현철씨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와 박씨의 가족 및 측근 명의의 계좌에서 출금된 1백32억원 중 1백20억원이 대선자금 잔여금이란 표현 대신 김대통령의 대선 당시 사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에서 나온 자금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대선자금 잔여금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클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한보에서 돈을 받은 여야 정치인 33명을 소환조사하고 이중 8명을 기소한 것도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는 선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보특혜대출비리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 것은 검찰수사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한보의 「몸통」은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으로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외면함으로써 「몸통」을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은 『한보특혜대출의 「몸통」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누군가가 배후에서 은밀히 장기간 지휘해온 것이 아니라 지난 4년간 정 관 재계의 광범위한 인사들이 장기적 단계적으로 지원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관계와 금융계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입을 열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이 현철씨에게 정기적으로 안기부의 기밀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안기부와의 관계를 고려, 『진술은 있으나 증거가 없어 수사가 더 필요하다』며 비켜갔다. 또 현철씨의 선거자금 지원 등 비자금 사용처와 이권개입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수사가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현철씨의 측근인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사장이 현철씨에게 돈을 주면서 청탁한 △서초케이블 TV 사업자 선정 △대호건설의 공정거래법 위반 △「만남의 광장」 민자유치 사업자건 △이전사장의 부친 李鍵(이건)씨의 선처부탁 등 4건과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이 부탁한 신한종금소송건 지역민방개입건 등에 대해서는 현철씨의 영향력 행사여부가 명쾌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밖에 포철의 철강판매권과 이성호씨의 케이블 TV주식매집과정 등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았으며 이성호씨와 박태중씨 등 측근들의 영향력행사 부분도 밝혀내지 못했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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