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연휴중 파업중단」안팎]새해까지 넘어갈까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李基洪기자」 서울 및 부산지하철노조가 30일 새벽부터 잇따라 업무에 복귀한데 이어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날 오후 신정연휴기간중 파업중단 결정을 내림으로써 노동계의 총파업은 닷새만에 중단됐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의 노동관계법 기습처리에 항의하는 노동계의 총파업 사태는 이것으로 모두 끝난 것일까. 노동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총파업 사태가 정리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신정연휴 휴식을 거쳐 내달 6일경부터 제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이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지하철 노조의 파업중단 배경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외형상 지하철노조의 파업중단 결정은 민주노총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더이상 파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노조측의 강력한 요청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수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지하철노조가 29일 오후 자체적으로 파업중지 방침을 정하자 민주노총도 지하철노조의 결정이 다른 노조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 30일 산하노조 전체의 신정연휴 파업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공부문 노조가 새해에 다시 파업을 벌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 사이에선 『지하철과 민주노총의 파업중단 결정이 조합원 결속력 저하 등 파업역량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하긴 곤란하다』며 『연휴기간중 맥빠진 파업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내부적으로 이번 파업성과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중단은 전술적 차원의 선택이므로 신정연휴가 끝나면 이번보다 참여 규모는 줄겠지만 자동차 금속 사무노련 등 일부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다시 파업이 시작돼 1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진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운동의 속성상 지하철 등 공공부문 노조지도부도 「빨려들어가듯」 재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만약 노동계의 계획대로 새해에 2차 총파업이 벌어지면 정부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사태의 초반 열기에 상당히 당황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며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내에선 『민주노총을 미리 제압하지 않으면 새해 임금협상은 물론 대선정국에서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강경대처론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총파업 사태는 노정(勞政)의 강경파들이 맞부닥쳐 노조지도부 구속 등의 극한적인 방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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