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성수대교 희생자 유족 쓸쓸한 위령제

  • 입력 1996년 10월 21일 20시 56분


『절받을 아들 놈을 비명에 보내고 환갑은 무슨 환갑이여…』 2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성수대교 남단 한강둔치. 2년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아들 金중식씨(당시 31세)를 잃은 金鍾三씨(61·서울 동작구 사당동)가 위령제를 앞두고 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은 모습으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金씨는 『중식이가 내 생일상에 놓을 쇠고기 두근을 사 오겠다며 나가서는 변을 당했다』면서 『내일 모레가 환갑이지만 잔치하면 그놈 생각이 더 날 것 것 같아 자 식들에게 그만두라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무골조에 흰종이를 입힌 제단에는 당시 희생된 32명중 필리핀인을 제외한 31명 의 위패와 노란 국화꽃이 한송이씩 놓여 있었다. 오전 11시 반경 식이 시작되자 검은 상복차림의 유가족 10여명은 제단앞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손수건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우리의 고귀한 어린 딸들을 비롯한 고인들을 영영 볼 수 없게 된 가슴아픈 세월 이 2년째 흘러갔습니다… 고인들은 그렇게 가셨지만 우리는 지금도 그것이 현실이 아닌, 먼나라 이야기나 꿈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들곤 합니다』 유가족대표 金학윤씨(32)가 추도사를 낭독하자 당시 학원강사로 출근하다 숨진 柳 眞輝씨의 어머니 李기순씨(65)는 『아이고오 못살아…』라고 외치며 제단앞에 쓰러 져 오열했다. 버스운전사였던 고 柳성열씨(당시 46세)의 부인 李桂順씨(47)는 강물위로 꽃잎을 뿌리며 『그날 새벽 4시에 일하러 나가며 「아이고 추워라. 가기 싫어」 하더니…. 불쌍해서 어쩌나…』라며 통곡했다. 이날 모인 유가족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다리상판 위에서 위령제를 지 낼 수 있었으나 올해는 상판마저 철거돼 제단을 차릴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 문. 많은 유가족은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위령제 도중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분향한 송파자전거연합회 소속 주부회원 20여 명은 『참석자들이 너무 적어 쓸쓸해 보인다』며 『이 자리에 건설회사와 서울시관 계자가 오지 않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韓正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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