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적정 스트레스, 성공 가도에 윤활유 역할”

동아닷컴 입력 2009-11-28 03:00수정 2009-11-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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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경제학’ 개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 인터뷰
돈, 인격 형성에는 전혀 기여안해
상호신뢰-소속감이 행복에 큰 영향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며, ‘행복 연구’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은퇴 이후부터 지금까지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 공공 및 국제문제대학원 선임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곤젠더인터내셔널
스트레스와 돈, 사회적 관계는 인간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니얼 카너먼 전 프린스턴대 교수는 평생 이 주제를 연구해 왔다. 그는 심리학의 통찰력을 경제학에 접목한 ‘행동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카너먼 교수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인간은 예상대로 움직이는 합리적인 존재(즉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란 주장을 반박하고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한계와 오류,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인사전략 컨설팅사인 이곤젠더인터내셔널은 최근 카너먼 교수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자사 매거진 ‘포커스’에 소개했다. 카너먼 교수는 △스트레스 수준과 인생의 성공 사이에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금전적 인센티브는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영향을 동시에 미치며 △상호 신뢰와 소속감 등 사회적 요소들이 금전적인 요소 못지않게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12월 1일자)에 실려 있다.

○ 스트레스와 성공의 상관관계

우선 카너먼 교수는 “스트레스의 수준과 인생의 성공 사이에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지요. 스트레스는 분명 유쾌한 감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 수준과 인생의 성공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얘기한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국가는 그만큼 많은 부(富)를 갖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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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삶에 대한 만족’의 관계는 경제적인 행복을 논할 때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는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 주로 언급돼 왔다. 이스털린은 많은 나라에서 부와 행복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털린 역설에 일부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역설의 ‘명확한’ 결론과 관련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카너먼 교수는 대체로 이스털린 역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돈은 인격 형성에 기여 안 해

카너먼 교수는 성과급 등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동기부여’라는 긍정적인 영향 외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최근 여러 업계, 특히 금융업계에서 과도한 보너스가 기업의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처럼 말이다. 카너먼 교수는 보너스가 갖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은 “보너스가 단기지향적인 태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돈이 ‘악의 근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인격 형성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너먼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실험실 테이블 위에 컴퓨터를 한 대 놓고 그 화면에서 때때로 물 위에 떠 있는 지폐를 보여줬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실험실에 들어와 마치 실수인 것처럼 여러 자루의 연필을 떨어뜨렸다. 흥미롭게도 돈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연필을 집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 연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즉,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남의 도움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 “기업의 목표가 경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면 개별적 보너스 지급이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임직원 전체의 사기나 협동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카너먼 교수는 사회적 요소들이 금전적인 요소 못지않게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측정하기 위해 ‘인생 사다리(ladder of life)’란 평가도구를 개발했다. 인생 사다리의 10개 칸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낸다.

이 조사 방식은 국가적 부의 증가와 개인적 삶의 만족도 사이에 아주 밀접한 통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두 요소가 완전한 정비례관계를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조사 결과 지구상에서 덴마크인(평균 8점)이 가장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부유하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는 아니다.

이에 대해 카너먼 교수는 “사회적인 요인이 개인적 행복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상호 신뢰의 수준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상호 신뢰 수준은 각국의 부패지수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부패가 만연하면 사람들은 상대를 신뢰하지 않고 낯선 사람을 믿지 않는다. 결국 낮은 신뢰도는 사회의 전반적 정서에 악영향을 끼친다. 덴마크는 부패 수준이 매우 낮은 나라다.

카너먼 교수는 “조직이나 기업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가치 있는 경험(개인적 안전과 소속감 등)에서 오는 신뢰의 중요성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요소들이 행복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2009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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