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국판 뉴딜’ 관리 부실… AI 데이터 34%활용 못하고 사업비 횡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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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23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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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책 AI사업기금 14억 횡령 3명 검찰수사 요청
공공 민간클라우드 이중화 미흡, '제2의 판교화재' 우려
실행계획 '수기'로 관리, 체계 '엉망'…제출의무대상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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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명목으로 문재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인 ‘인공지능(AI) 데이터 구축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지능정보원)의 관리 부실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민간 업체의 사업비 횡령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과기부로부터 보안 인증을 받은 9개 공공용 민간클라우드센터의 주요 장비 일부가 이중화돼 있지 않고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정보관리원)이 관리하는 국가 중요 업무시스템에 재해복구 시스템이 없어 ‘제2의 판교 화재’가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국가 및 지방실행계획 수립 대상에 지방출자·출연기관과 시·도교육청이 누락돼 중복 투자와 같은 비효율 발생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감사원은 23일 이같은 내용의 지능정보화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라 갑작스럽게 지능정보화사업 사업의 대규모 예산 증액과 밀어내기식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데 따라 감사원이 이를 ‘2022년 연간 감사계획’에 반영해 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문제점은 총 2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축의 이상행동을 AI로 잡아내는 데이터 구축 정부 사업비를 빼돌려 온 업체 관계자 3명(1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또 다른 2건은 ‘주의’를 요구했다. 3건은 ‘통보(시정완료)’, 17건은 ‘통보’ 조치를 각각 취했다.

◇구축하고도 활용 못하는 AI 데이터 34%…기금 횡령까지

문재인 정부는 2025년까지 AI 데이터 1300여 종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3400여 곳을 대상으로 AI 바우처를 지원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솔루션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사업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사업 전담 기관인 지능정보원은 사업 수행기관이 사업 협약에 따른 당초 목표와 다르게 AI 데이터를 과소 구축하거나 이를 AI 플랫폼에 장기간 적재하지 않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었다. 적재한 AI 데이터조차 장기간 개방하지 않아도 그대로 내버려뒀다.

2020~2021년 2년간 구축한 AI 데이터 360종 가운데 AI 응용모델·소스코드 41종과 저작도구 42종 등 총 122종(33.9%)이 당초 계획대로 구축·개방되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168종(46.6%)의 경우 당초 계획한 품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168종 중 데이터 품질보완 기한을 준수한 경우는 3종(1.8%)에 불과하고 13개 과제의 경우 360일 이상 지연했다. 11개 과제의 경우 보완 요구를 113~735일간 이행하지 않는데도 지능정보원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 중 업체 2곳은 차연도 사업에 다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품질 보완이 제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협회가 ‘미달성’으로 평가한 과제의 경우에도 이를 보완하기 전에 이와 별개로 이뤄지는 최종평가에서 대부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는 현행 최종평가 방식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AI 데이터 구축사업 중 하나인 ‘가축 행동 영상 AI 데이터 구축사업’을 수행한 A업체 측 관계자 3명이 사업비 13억9000만여 원을 횡령해 사적 용도로 쓴 사실을 파악해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지능정보원에 A업체가 당초 사업 목적 외로 사용한 사업비를 환수하고, 제재부가금을 부과·징수하며, 향후 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과기부에는 지능정보원을 통한 사후 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중화·원격지 백업 미흡…1·2등급 정보업무시스템 41% ‘재해 취약’

감사원이 과기부로부터 보안 인증을 받아 공공용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9곳의 주센터와 재해복구센터 간 중요 장비 이중화 여부를 확인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시 주요 장비 일부가 재해복구센터에 이중화돼 있지 않아 복구에 상당 기간 소요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주센터 기준으로 0.7~74.5% 수준의 장비만 갖추고 있어 화재 발생 시 복구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우려가 있었다.

감사원이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의 경우 재해복구센터의 중요한 정보자원 보유량이 현격히 낮아 재해복구서비스의 적절한 가용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행안부가 2021년 40개 기관의 296개 업무시스템을 이들 기업에 이관했으나 이 중 37개 기관의 257개(86.8%) 업무시스템은 각각 주센터(178개) 내에서만 백업을 하거나 기존에 소산 백업하던 방법대로 전산실 금고 등(79개)에 백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 시 복구하는 데 오래 걸려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감사원 측 판단이다.

또 정보관리원이 중앙행정기관의 정보시스템 1428개를 1~4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는데, 126개 1·2등급 시스템 중 51개(40.5%)가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감사원은 과기부와 행안부에 각각 공공용 민간클라우드센터의 이중화 여부 점검과 백업체계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정부관리원에는 재해복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1·2등급 시스템에 대한 보완을 주문했다.

◇실행계획 관리체계 ‘엉망’…제출 대상 누락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매년 국가 및 지방 실행계획(한글문서)과 총괄표를 수립·작성해 과기부와 행안부에 제출하면 지능정보원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점검?분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수기로 이뤄지고 있어 업무 효율 저하와 행정력 낭비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관리원이 운영하는 ‘범정부EA포털’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포털에 입력한 경우는 전체 6만309개의 14%인 8735개에 불과했다.

감사원이 과기부가 보유하고 있는 2022년도 국가 실행계획 세부사업 내역 3967건을 확인한 결과, 예산 규모 항목 중 요구안 항목의 금액이 ‘0’으로 기재돼 있거나 기재가 누락됐는데도 이후 확정 예산이 편성된 건수가 113건(전체 건수 대비 2.8%, 확정예산 기준 3655억 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금액이 단순 기재 오류거나 제출 기한을 넘겨 국가 실행계획을 제출해 이에 대한 점검·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업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사업별로 일일이 대조하거나 기관별 담당자에게 유선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과기부와 행안부, 교육부는 현행법상 지방 실행계획 제출 의무 대상을 달리 해석해 지방출자?출연기관과 시·도교육청을 누락한 바람에 중복투자 우려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범정부EA포털의 기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누락 기관을 지방 실행계획 제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통보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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