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을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영상에는 굶주린 주민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28일 일본 TBS는 탈북자인 30대 김모 씨가 탈북 전인 지난해 4월 북한의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길거리에 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 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남자가 죽은 거냐고 물었다”며 “전날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봤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했다. 굶주려서 쓰러진 것 같은데,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남성이 구걸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김 씨는 이 남성에게 “당신네 작업반에도 굶주린 사람이 많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성은 “엄청나게 많다.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답한 뒤 한숨을 쉬며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7일 탈북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통하지 않고, 목조선을 타고 연평도 인근 해상까지 내려왔다. 어머니와 임신 중인 아내, 남동생 가족 등 일가족 9명이 함께 했다.
어업에 종사해 온 김 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올 때, 연평도가 눈앞에 보일 때마다 혼자서라도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하지만 가족과 흩어지는 고통을 떠안고 싶지 않았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올 방법을 찾는 데 반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한 이유에 대해 “여기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모든 걸 100% 의심해야지만 살 수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가도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고 무턱대고 붙잡아 신체검사하며 트집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어느 날은 김 씨 집에 단속반이 찾아와 비축해 뒀던 쌀을 가져갔다고 한다. 당시 김 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가져가지 말라고 항의하자, 단속반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 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했다. 김 씨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이곳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며 식량 공급권을 독점했다. 이에 사람들은 부족한 쌀을 암시장에서 거래했다고 한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1990년대 대기근과 맞먹는 식량 부족을 겪었다. 김 씨는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었다. 그때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런데 코로나 이후 통제 때는 매일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자식이 죽은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을 위한 강력 범죄가 증가했고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며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공개처형을 봤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4월 중순 한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살해하고 480만 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당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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