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무관, 수백 억 ‘수입’ 올리는 거대 양당[세종팀의 정책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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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은 선거를 치를 때마다 100억 원씩 벌어간다. 선거에서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가져간다. 전부 세금에서 나가는 돈이다.
최근 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식사 자리에서 총선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꺼낸 이야기입니다. 각 정당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국고에서 받아가는 금액이 과도하다는 취지였는데요. 이번 4·10 총선에서도 양당은 수백 억 상당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짜고짜 결론부터 말씀드려 혼란스러우실 듯합니다. 저도 그랬는데, 취재를 좀 해봤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각 정당이 선거 때마다 받는 ①선거 보조금②선거비용 보전금이 문제인 건데요. 세 줄 요약해드리자면,

1. 선거를 치르기 전, 각 정당은 의석 수에 따라 ‘선거 보조금’을 받는다.
2. 선거를 치른 뒤, 일정 득표율(15%)을 넘긴 후보자는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 받는다.
3. 의석 수가 많고, 득표율도 높은 양당은 비용이 99% 보전되고, 보조금도 따로 받는다.
는 겁니다.

의석 수에 따라 받는 선거보조금
지난달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선거보조금 총 508억1300만 원을 11개 정당에 나눠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보조금은 총선을 비롯해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국고에서 지급되는 돈입니다.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매년 분기별로 정당에 경상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당을 운영하는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국회의원 수에 따라 보조해주는 건데, 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선거 준비에 사용하라는 의미로 보조금을 추가로 주는 거죠.

5일 광주 북구 전남대 컨벤션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skyblue@donga.com

의석 수가 142석으로 가장 많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선거보조금으로 188억8100만 원을, 의석수 101석인 국민의힘은 177억2400만 원을 받아갔습니다. 양당의 위성정당도 각각 28억 원씩을 받아갔으니, 전체 선거보조금의 83.1%를 양당이 받아간 겁니다.

99.9% 보전되는 선거비용
정부는 선거보조금과 별개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을 보전해주고 있습니다. 총선에서는 득표율 15% 이상인 경우 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인 때는 비용의 반액을 보전해줍니다. 정치자금법상 선거보조금은 정당에게, 공직선거법상 선거 비용 보전금은 후보자에게 각각 지급됩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받아간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금을 계산해봤습니다. 양당은 선거비용은 거의 100%를 보전받고, 보조금은 각각 115억 원, 123억 원 받아간 걸로 나타났습니다. 비용 보전 외에도 보조금만큼 ‘추가 수입’이 발생한 셈입니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선거비용
274억7000만 원
325억8600만 원
선거비용 보전금(보전비율)
274억6900만 원(99.9%)
325억6500만 원(99.9%)
선거 보조금
115억4900만 원
122억9000만 원
양당 후보들은 대부분 득표율 15%를 넘어 비용 전액을 보전받는 만큼, 올해도 사용한 선거비용의 대부분을 국고로 보전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양당은 선거보조금 만큼의 추가 수입을 올리게 되겠죠.

이같은 보조금 수입은 정당의 재산 증가로 이어집니다. 선관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각 당의 회계보고 내역을 보면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을 치르기 전인 2019년 말(당시 자유한국당) 재산이 약 618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신고한 재산은 약 1099억 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재산이 약 305억 원에서 528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국회 비협조로 이중 수령 손보기 어려워”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선관위는 이 같은 ‘이중 수령’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선관위는 2013년 6월 “선거비용 보전액을 지급할 때 이미 지급한 선거보조금을 제하고 잔액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관위와 협조해 이중 수령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고 했습니다.

정당의 수입을 줄이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발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입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대표로 “선거비용 이중 수령은 불합리하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만,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전혀 발의되지 않았죠.

양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행법에 근거해 정당하게 보조금을 수령한 것”이라며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개정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당의 수입은 유권자를 위해 쓰이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당이 해체하면 재산은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당이 사익을 추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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