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 위협’ 병원 구조 반드시 개혁…PA간호사 적극 활용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6일 17시 10분


코멘트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에 따라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중대본으로 격상한 이후 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용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여러 차례 업무개시명령에도 불응한 의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정부는 2월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하여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진료지원 간호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 과목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로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해 추가 인력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은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중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 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며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 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의료비 상승 폭만큼 의사 수와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급격한 증원이 의학 교육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외국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의과대학당 평균 정원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한 개 의과대학당 한 학년 정원이 평균 77명인데 반해,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 미국은 146명”이라며 “정부가 정원 40~50명의 소규모 의대부터 증원하려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의학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의학 교육에 있어 더 필요한 부분에 어떠한 투자와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의학계의 건의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비상 진료를 위해 예비비 1285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예비비는 필수 진료를 위한 의료 인력 투입, 의료진의 헌신에 대한 보상, 환자 상태에 맞는 전원과 치료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