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균용 부적격” 與 “적격”… 대법원장 국회인준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25일 통과 안되면 ‘대법원장 공백’
野지도부 “언제 표결하든 부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21일 채택됐다. 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로 끝나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부결’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국회가 혼돈 상황에 빠지면서 25일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본회의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는 약 30년 동안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재판 업무를 수행한 정통 법관”이라며 적격 의견을 냈다. 반면 야당은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로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며 부적격 의견을 밝혔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25일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혼돈 상황에 빠지면서 임명동의안 표결 일정도 다시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언제 표결을 하든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 임명 절차는 임명동의안을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켜야 진행된다. 만약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공백 상태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 이후 35년 만이다.

與 “이균용 표결 설득” 野 “언제든 부결”… 대법원장 장기공백 우려


청문보고서 채택에도 처리 불투명
與 “각 당이 좀더 의견수렴 필요”… 野 “李 문제많아 시점 문제 안돼”
25일 넘기면 당분간 대행체제로
전합 선고-대법관 제청등 혼란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표결을 통한 부결” 방침을 굳혀가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권은 야당이 ‘부결 초강수’를 두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21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등 정국이 급속하게 혼란 상황에 빠지면서 여야 대치가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 변수로 꼽힌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혼란은 물론 후임 대법관 인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국회 혼란에 표결 시점 불투명
여야는 21일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같은 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각 당이 좀 더 여론을 수렴해 볼 필요가 있다”며 “사법부 수장을 임명하는 문제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21일 표결을 미룬 건 이 후보자의 문제가 더 부각될 때까지 표결을 미뤄야 한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는 25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상정하기로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사법부 수장 공백’을 길게 가져가선 안 된다는 계산이, 과반 의석의 야당은 ‘키는 우리가 쥐고 있으니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는 속내가 깔렸던 것.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98건의 법안 또는 안건 중 8건만 처리하고 산회하면서 여야가 의사일정을 다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격앙된 상황에서 25일 본회의 표결을 고집하기보다는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소통을 해 나가겠다는 기류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격앙돼 있다”며 “시간을 두고 소통하다 보면 부결 기류가 바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선 “추석 이후에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부결” 방침을 굳혀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이상한 인사를 했다는 것이 부각되기 때문에 (표결 시점에도) 부담이 없다”고 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재산 미신고, 탈세 문제, 성범죄 감형 판결 등을 두고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부적격 의견을 냈다.

● 부결돼도 표결 미뤄도 대법원장 장기 공백
이에 따라 차기 대법원장 공백 문제가 커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로 끝나기 때문에 25일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의 대법원장 대행 체제가 된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대법원장의 장기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를 다시 지명해야 하고 국회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길게는 신임 대법원장 임명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지연 등 국민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끝내 부결될 경우를 대비한 액션플랜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가정을 전제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생기면 사법부 혼란은 불가피하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안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선고 등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 권한을 대행하는 대법관의 권한 범위에 전원합의체 재판장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 견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제청 또한 차질을 빚게 된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선례는 없다. 대법원 규칙을 제정 및 개정하는 업무 또한 권한대행 체제 아래에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대법원 업무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이균용#대법원장 국회인준#대법원장 공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