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작계’ 공개… 지휘소 찾아 “남반부 전 영토 점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1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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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한국 영토 전체를 점령하는 전시 작전계획을 시뮬레이션한 ‘전군 지휘 훈련’ 진행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한미가 연합 지휘소 연습(CPX)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21일부터 실시하자 이에 맞서 한국 영토 전체를 점령하는 ‘북한판 작계’에 따라 이에 따라 ‘북한판 CPX’를 실시했다고 공개한 셈이다. UFS는 전시 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훈련이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전군 지휘 훈련’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쑤(한미)들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반격)을 이행해 남반부(남한) 전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훈련 목적으로 언급하며 노골적인 핵위협에 나섰다.

● 개전 초 한미연합사 지휘통제소 타격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UFS 마지막 날인 3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이 대규모 연합 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대응해 29일부터 전군 지휘 훈련을 조직해 판정 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반공격”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령” 등의 표현을 쓴 건 전·후반기 한 차례 진행되는 한미 연합 CPX가 북한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듯 자신들도 한미 연합군의 북침을 가정해 전시 작전 수행 능력을 검열한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날 밝힌 ‘전군 지휘 훈련’ 시나리오의 큰 틀은 침공-격퇴-반격-점령 등으로 한미 연합 CPX 시나리오와 흡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작전 초기 적군의 전쟁지휘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을 강조했다. ‘전쟁지휘구심점’이란 경기 성남의 한미 연합사령부 전시 지휘통제소 CP 탱고 및 서울 남태평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을 싸잡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 북한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 등으로 이들 시설을 집중타격해 한미 연합군의 두뇌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협박한 것.

● 미군 증원 전력 타격 계획까지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뉴스1]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뉴스1]
지휘통신수단 파괴는 물론 전시 미군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부산항·김해공항·오산공군기지 등을 뜻하는 “중추적인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에 대한 초강도 타격”도 언급됐다. 후방 교란 작전은 물론 “해외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총참모부의 실제적인 작전계획 문건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사회 정치경제적 혼란사태를 연발할 핵심 요소 타격”도 거론했다. 국가기반통신망, 인천공항, 원전 등 국가 중요시설 공격으로 사회를 혼란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대형 작전지도 앞에서 지휘봉으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로 추정되는 곳을 가리키는 모습을 공개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한 예비역 대장은 “북한은 통상 한미 연합 연습 기간에 미사일 도발 등을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계 태세 강화 조치 정도만 해왔다. 북한도 CPX를 실시해왔겠지만 이를 공개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늘 하던 훈련을 흉내 낸 것으로 김정은이 처음으로 전군지휘훈련을 직접 나선 건 북한의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한미연합연습을 구실로 우리에 대한 군사 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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