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 ‘킬러규제’ 푼다… 화학물질 등록기준 年 0.1t → 1t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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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규제 해소 대책]
환경-고용-산단 킬러규제 개혁
숙련 외국인력 쿼터 3만5000명으로

정부가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해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100㎏ 이상에서 유럽연합(EU) 기준인 1t 이상으로 완화하고, 화학물질 위험도에 따라 사업장을 차등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시행 9년째를 맞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환경 킬러 규제’로 지목되던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규제 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기업의 불소 배출 기준도 합리화한다. 일률적 기준이 적용되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규모에 따라 평가 절차를 달리하기로 했다. 산업단지의 입주 업종 제한이 완화되고, 외국인 숙련기능 인력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비자 쿼터도 크게 늘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참석해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한시가 급한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며 “‘쉽게 풀 수 있는 규제’를 넘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꼭 풀어야 하는 규제’ 혁파에 집중해 달라”고 킬러 규제 혁파를 주문했다. 회의에서는 산단 입지 규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규제, 외국인 인력 활용 등 고용 규제 등 3개 분야의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환경부는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개별 원료의 유해성 정보 등을 등록하는 기준을 기존 ‘100kg 이상’에서 ‘1t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지방 이양 △반도체 등 첨단산업 규제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총 8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 규제와 관련한 처벌 기준이 과도하면 환경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현실화하라”고 지시했다.

외국인 인력 활용 등 고용 및 산단 입지 ‘킬러 규제 혁파’도 적극 추진된다. 정부는 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검증된 외국 인력의 장기체류가 가능하도록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확대한다. 외국 인력을 활용하고픈 기업을 돕기 위해 기업별 외국인 고용 한도를 2배로 늘린다.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단에 첨단·신산업 기업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업종 제한도 완화된다. 산단이 청년이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생활·편의시설 설치 가능 면적도 기존 3만 ㎡에서 최대 10만 ㎡로 늘어난다.

화학물질 위험도 낮으면 정기검사-시설기준 완화


기존엔 취급시설 모두 일괄 규제
소규모 환경평가 지자체로 이양
하천 정비 등 재난대응은 간이 평가

환경부가 24일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표한 개선 방안의 핵심은 산업 현장과 괴리된 과도한 규제를 조정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강화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마다 논란이 된 환경영향평가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개별 원료의 유해성 정보 등을 등록하는 기준은 100kg 이상이다. 그동안 100kg만 제조, 수입을 하더라도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등록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기업이 평가를 맡겨야 했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산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호소해 왔다. 환경부는 ‘화평법’을 개정해 1t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만 유해성 정보를 등록하도록 이를 완화하기로 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도나 취급량에 따라 이를 다루는 사업장의 정기검사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식으로 차등 관리한다. 지금까지는 330여 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이 사고 위험도와 무관하게 일괄 규제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취급시설 기준이 완화되고 정기검사가 면제될 수 있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입지가 타당한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조사·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도 사업 규모에 따라 평가 절차를 다르게 적용한다. 주택정비사업이나 하수처리장 신설처럼 일정 규모 이하 소규모 사업일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그 권한을 이양해 실시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환경영향평가 3100여 건 중 2600여 건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해당했다.

이미 개발된 지역에 시행하는 사업이나 환경 영향이 경미한 사업에 평가 협의 과정을 줄이는 간이 평가를 도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대로 지역 주민대표 등이 참여한 협의회에서 심의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하천 정비 등 재난 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전략평가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올여름 홍수처럼 긴박한 재난에 대비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산업 업종 관련 규제도 개선한다. 디스플레이 시설 점검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최근 5배 이상 강화됐던 불소 배출 기준을 추후 검토해 이보다는 다소 완화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화학물질 규제(총 약 3000억 원), 첨단산업 규제(연간 약 1조2000억 원) 등 규제 혁파를 통해 약 8조8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다보고 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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