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 수사단장 “군검찰 수사 거부”… 軍 “부적절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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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11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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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 조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자신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유감을 표하며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2차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던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이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오늘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박 대령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고, 내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길 청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후 조사를 통해 채 상병 사고가 ‘해병대 지휘부의 총체적인 지휘 책임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그 내용 언론과 국회에 설명하려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법리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해병대 측에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공개와 이 사건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 장관의 ‘이첩 보류’ 등 지시를 명시적으로 전달받은 적 없고, 오히려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채 상병 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군 관계자들의 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3.8.11/뉴스1 ⓒ News1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를 비롯한 군 간부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이후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보직해임됐고, 현재 ‘집단항명 수괴’ 및 ‘직권남용’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그러나 박 대령은 “난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에 따르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브리핑이 ‘취소’된 지난달 31일 이후 최소 5차례 통화에서 ‘경찰 이첩 자료에서 죄명과 혐의 사실, 혐의자를 빼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은 기자들에게 “(유 관리관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얘기하진 않았다”면서도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하라’는 요구를 ‘(사단장을) 빼라’는 의미로 느꼈다. 법무관리관이 한 말을 ‘외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7월31일 오후부터 8월1일 오후까지 ‘국방부의 이런 외압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회의가 계속 있었다”며 “난 회의에서 ‘국방부에서 원하는 대로 했을 때 해병대에서 우려되는 사항들’을 요약해 추가 보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대령은 유 관리관과의 통화에서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냐’고 되물은 적도 있으나 “거기에 답하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 대령은 “난 ‘(민간) 경찰에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했다”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의 이 같은 수사 거부 입장 표명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단은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또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 대한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 당시 배석했다는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이 “사단장도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하느냐”고 물었다는 박 대령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장관은 ‘여단장이 수차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여단장에게도 혐의가 있는 것이냐’고 물었고 여기에 (박 대령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병대사령부 또한 별도 입장문을 통해 “김 사령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참모회의를 열어 ‘이달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박 대령)에게 지시했다”며 “박 대령이 현역 해병대 장교로서 사령관과 일부 동료 장교에 대해 허위사실로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이첩 보류’ 지시 뒤 이달 3일까지 우크라이나 출장을 다녀왔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한 뒤 국가안보실로부터 ‘장관 결재본을 보내줄 수 없느냐, 안보실장이 보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수사 중인 사안이고 안보실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며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령은 “이후 해병대사령관 주관 회의에서도 사령부 정책실장이 ‘안보실에서 수사 결과를 보기 원한다’고 했지만 ‘그건 안 된다’고 거절했다”며 이후 김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안보실에서 계속 요구하는데 수사 서류를 보내줄 수 없다면 언론 브리핑용 자료라도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수사단 관계자를 통해 언론 브리핑용 자료만 전달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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