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50만발 빌려 재고 채운 美, 우크라에 자국 포탄 제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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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韓, 우크라 지원할 포탄 美로”
韓 “우크라 직접지원 아냐” 선긋기
대통령실 “살상무기 방침 바뀔수도”
尹 “불법침략 침묵땐 재건참여 못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mm 포탄을 대여받은 미국이 자국의 여유분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25일 “우리 정부가 미국과 대여 계약을 맺은 50만 발 안팎의 155mm 포탄이 항공편 및 선박편으로 순차적으로 미국으로 인도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포탄 재고를 채운 미군이 우크라에 자국 포탄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스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 수십만 발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 소식통들은 한국 포탄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포탄을 대여받은 미국이 자국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또는 미국을 거쳐서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살상무기 지원 여부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포탄 등 직접 지원으로 방침이 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美, 한국 포탄 대여받고 자국 포탄 우크라 지원”
WSJ는 “비밀 협정에 따라 한국은 포탄을 미국으로 이전 중이고 미국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도록 준비했다”며 “수개월간 미국의 지원 요청에 따라 살상무기 지원을 주저하던 한국의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WSJ) 보도 내용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말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WSJ 기자에게 답변했지만 기사엔 한국 정부가 답변하지 않았다고 나왔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포탄은 자국 포탄”이라고 했다.

앞서 한미 양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올해 3월 50만 발 안팎의 155mm 포탄을 미국에 ‘대여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10만 발)의 5배 안팎 분량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전쟁예비물자(WRSA-K)’에서 50만 발 안팎의 155mm 포탄을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한 포탄은 소유권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 “살상무기 등 군사적 지원 압박 거세질 것”
정부가 일단 우리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은 한-러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황이 더욱 심각해지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더해 조건부 군사 지원이 불가피한 시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여부와 관련해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며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전쟁에 참여하느냐, 지원을 어느 수준에서 하느냐는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라며 “가치외교의 측면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직접 지원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러시아의 불법 침략 상황에 가만히 있으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들에 참여할 수 있겠나”라며 “야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쟁으로만 본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말초적인 국민 불안감, 1차적 감정을 자극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정쟁에 매달리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한국 포탄 대여#군사적 지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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