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첫 與지도부 입성한 태영호 “김정은, 내 당선에 ‘이게 뭐야’ 했을 것”[티키타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1일 0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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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당선은 차별과 편견의 벽이 무너진 것”
“한일 과거사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면 안 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3.10. [서울=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3.10. [서울=뉴시스]
탈북 외교관 출신으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태영호 의원이 10일 자신의 당선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이게 뭐냐’고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선 결과가 발표될 때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되며 탈북민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이어 탈북민 출신 첫 집권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향후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서는 “당의 안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태 최고위원은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정부에서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탈북민 출신 첫 집권 여당 최고위원이 됐는데….

“결과 발표를 듣고 나서 ‘차별과 편견의 절벽이 무너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출되면서 국민의힘이라는 당명(黨名)에 쓰인 ‘국민’이 헌법 가치에 의해서 남북 전체를 아우르는 국민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이야기했다고 본다. 또 우리 당은 이제 영남이니 수도권이니 하는 지역 문제로 캠페인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은 이제 한라에서 백두까지 온 한반도를 아우르는 정당이어야 한다.”

―전당대회 선거 운동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당원들이 보기에 ‘태영호가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도전했네’ 하면서 자기 젊은 시절이 겹쳐 보였을 것 같다. (당원 등 국민이) 예전에는 그야말로 연고도 없이 상경해서 직업 찾고, 집 얻고 그렇게 도전 정신으로 살았던 것 아닌가. 그러니 ‘저 사람도 여기 와서 연고도 없이 첫발을 떼자니 얼마나 설움이 크겠나’라는 감정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현장에서 당원들을 만나면 ‘용기와 도전정신이 대단하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선거 운동 도중 만난 한 당원의 말씀이 기억 난다. ‘옛날 1960~70년대 우리가 젊었을 때는 앞뒤를 재지 않고 달렸는데, 의원님이 도전하는 것을 보니 저런 도전 정신이 우리 당에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찍겠다’고 하시더라.”

―북한도 태 최고위원의 당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마 내가 출마했다는 것을 통일전선부에서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아마 김정은이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고, 주변에서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라고 답했을텐데, 이렇게 (당선) 됐으니 ‘이게 뭐냐’고 했을 것 같다.

또 북한에서 주민들을 향한 내부 결속용 선동 자료에 보면 북한을 이탈해서 한국에 내려간 탈북민들이 한국에 가서 삶이 비참하다고 되어 있다. ‘언어와 교육 문제로 결국은 말로(末路)가 좋지 못하다’는 식이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해외에 있는 (외교관) 선후배들이 인터넷으로 보고 다 깜짝 놀랐을 것 같다.”

―최고위원으로 생각하는 당의 방향성은….

“많은 사람들이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현 시점에서 (내년) 총선까지는 대통령과 당정이 일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선까지는 개혁보다는 당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외통위 간사인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횡포로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그만하라”며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이후 외통위 현안질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기자회견도 했지만,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 관계의 문제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해서 과거사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안 된다. 한일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발목을 잡혀 있어야 하나.

일각에선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 ‘일방적으로 일본에 굴복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시점상 지금밖에 못 한다. 올해 하반기 총선 체제로 들어가면서 강제징용 문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르고, 총선 지나면 임기 후반이라 더 못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할 때 ‘이후에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대통령은 내 시기에 욕을 먹더라도 끝내고, 다음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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