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정작 與 의원들은 미온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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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중대선거구제 검토’에 與 현역 술렁
與 텃밭인 영남권서 “민주당에 의석 내줄라” 우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尹 임기 이후 도입” 주장도

2024년 총선에서 선거구당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대신 2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도입하는 방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작 현역 여당 의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국민의힘은 4일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서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을 자처하는 의원들조차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달린 선거구제 개편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역에 따른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민주당이 121석 중 100석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개특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수도권 득표율 40~45%를 얻고도 의석수가 19석에 그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안방 격인 영남이다. 지역구 의원 93명 중 58명(62.4%)이 영남권 의원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행 그대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만약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영남권에서 30~40% 가량의 지지율을 얻는 민주당 후보가 2등으로 대거 당선돼 국민의힘 영남권 현역 중 누군가는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 여당이 선거법 개정을 다루는 정개특위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 법안을 하나도 내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또한 중대선거구제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면서도 면적당 인구가 적은 농·어·산촌 지역의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점도 여당이 적극 찬성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현재 농·어·산촌 지역은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4,5개 시·군을 한 지역구로 묶어야 선거구당 인구 하한선을 겨우 맞출 수 있는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선거구를 확장시키면 지역 대표성이 떨어지고 기존 현역 의원간 맞대결도 불가피해진다. 한 영남권 의원은 “어차피 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라 옆 지역구 현역과 각을 세워야 할 텐데 서로 얼마나 불편하겠느냐”라고 했다.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이 4월 10일이지만 여당 지도부가 3월, 4월 경 전면 교체 예정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하고 4월에는 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차기 총선을 지휘할 새 지도부와 원내사령탑을 뽑는 선거를 치르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선거법 논의를 실효적으로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여당에선 윤 대통령 임기 이후인 2028년 총선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있을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지역별로 유권자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에 시범실시를 하더라도 5년 뒤 선거부터 적용한다면 아무래도 저항이 덜 될 수 있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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