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후대에 물려줄 ‘사활적 국익’… 굳건히 발전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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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해특집/한미동맹 70년 ‘코러스 2.0’]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인터뷰
“美 주도 경제안보전략 적극 동참해야”
“미 당국자 누구도 대북 확장억제 의심안해, "
"北 도발할수록 한미동맹 강해질 것”

“한미동맹이 제공한 ‘안보자산’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쟁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생존과 번영을 이뤘습니다.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발전시켜서 후대에 물려줄 ‘사활적 국익’입니다.”

정승조 한미동맹 재단(KUSAF) 회장(69·전 합참의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물이나 공기처럼 그냥 주어진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6·25전쟁 때 미국 주도의 유엔군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라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평화번영과 동북아 안정의 린치핀(linchpin)임을 누구도 부인할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70년간 유지될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공산침략에 맞서 함께 피흘려 대한민국을 지켜낸 숭고한 역사다. 작년 7월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 벽’에 새겨진 3만 6634명의 미군 전사자와 한국군 카투사 7174명 이름이 ‘혈맹’의 증거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가치를 공유하는 ‘70년 동반자’로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해질 것이라는 양국 정부와 국민의 연대와 믿음도 버팀목이었다.”

―미국 조야에선 한미동맹 70년을 어떻게 보나.

“내가 만난 모든 전·현직 관료와 군 인사, 민간 전문가 등은 가장 강력하고(strongest), 깨어질수 없는(unbreakable) 철통동맹(iron-clad)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전 참전용사와 주한미군 예비역 장병들도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서 자신들의 희생과 헌신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감정 등 동맹 리스크는 항상 잠재돼있다.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한미동맹 70년간 부침이 많았다. 위기 순간을 꼽는다면…

“한미 양국 모두 국가 지도자가 동맹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폄훼할 경우 어떤 후과가 초래되는지 가까운 과거에 경험을 했다. 과거 '반미면 어떠냐‘는 식의 한국 대통령을 당시 미국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봤겠나. 편향된 이념과 정치적 포퓰리즘 등을 앞세운 지도자가 동맹을 약화시키고 양국 국민을 오도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진보진영에선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절대 동의할수 없다. 한미동맹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야말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한 대한민국의 ‘피스메이커’였다. 한반도 평화안정을 깨뜨린 주범은 북한의 숱한 도발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과 5년 전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한미동맹을 해치면서 연합훈련을 축소·취소하고, 민족 공조를 앞세운 결과가 어땠나. 지금도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쏘고, 서울 상공까지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북한의 무차별 도발에도 그런 주장을 할지 도묻고 싶다.“

―향후 한미동맹의 도전 요인은 무엇인가.


“북핵문제, 미중 전략경쟁·러시아 전쟁도발로 인한 신냉전 격화, 자국 우선주의 강화 등 함께 헤쳐갈 숙제가 적지 않다. 동맹은 일방이 아닌 쌍방이 도움이 돼야 한다. 한미동맹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미국 주도의 안보경제 전략 구상 등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고 그 속에서 국익을 챙겨야 한다. 그럼 측면에서 최근 현 정부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핵위협 고도화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데…

“내가 만난 미 고위당국자와 군 지휘관 등 누구도 확장억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모든 수단으로 응징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확고하다고 자신한다. 우리도 이를 믿고 더 자신감을 갖고 북한의 핵협박에 대처하고, 연합방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로 한미동맹의 균열과 와해를 노리겠지만 북한의 도발하고 위협할수록 한미동맹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는 확장억제의 강화로도 귀결된다.“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확장억제를 작전계획(OPLAN) 수준까지 구체화해서 연합훈련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핵·비핵전력이 망라된 확장억제가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게 경고할 수 있다. 나토식 핵기획그룹(NPG)과 같은 ‘동아시아 핵기획그룹(EANPG)’을 창설해 미국의 핵정책과 핵사용 결정 과정에 한국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한국의 잠재적 핵역량을 갖추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려면…


“무엇보다 70년을 이어온 한미동맹의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양국 지도자들이 추호도 의심해선 안된다. 이를 토대로 정부·민간 차원에서 동맹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제도와 시스템 구축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미동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더 탄탄해질수 있다. 350만 명의 전·현직 주한미군 장병들이 참여하는 주한미군전우회(KDVA)와 같은 친한(親韓)단체와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한미동맹재단(KUSAF)의 활동과 같은 우호 협력사업도 대단히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위협 대응을 위한 한일·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한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밀 안보협력의 중요성은?


“한미동맹의 유지에 한미일 군사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이 원활히 작동되려면 일본내 유엔사 후방기지(주일미군 기지)의 역할이 지대하다. 평소에도 한일 군사협력 체제를 잘 갖춰야 하는 이유다. 역사·영토문제 등 걸림돌이 있지만 따질 것 따지고 안보이익은 챙기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새해특집#한미동맹#정승조#경제안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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