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결선투표와 ‘당원 투표 100%’를 도입하면서 당권 경쟁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18년 만의 변화에 따른 파장을 누구도 선뜻 점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심(黨心)’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선투표 때문에 ‘2위만 해도 된다’는 전략을 세우는 당권주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 진영을 중심으로 한 후보 단일화 여부도 변수다. 당장 직전 전당대회 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나경원 전 의원은 “어느 당권 주자와도 연대하지 않겠다”며 단일화 움직임에 선을 긋고 나섰다.
○ “친윤 후보 교통정리 될까” 촉각
20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다. ‘당원 투표 100%’와 달리 결선투표는 전날(19일) 전격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서 비주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문제는 결선투표 덕분에 ‘유력 주자의 표를 잠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어 되레 후보들의 출마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은 줄지어 10여 명에 달한다. 권성동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의원(가나다순)과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 외에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황교안 전 대표는 이미 출사표를 냈다.
이에 따라 친윤 진영에서는 “반드시 사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친윤 후보들의 난립으로 비윤(비윤석열) 진영에게 당권을 내주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당원 투표에서 14만9194표 중 6만1077표(40.9%)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나 전 의원이 단일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친윤 진영도 복잡한 기색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 진짜 출마할 것이냐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면서도 “지금 룰대로 해도 내가 1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각종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원 투표 100% 선출 방식으로 회귀할 정도로 친윤 후보를 당선시켜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여부와 상관없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인사는 “결선투표로 인해 각 주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며 “친윤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전당대회 레이스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룰 개정 둘러싼 당내 분란 이어져
이날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100%, 결선투표제 도입 등 당헌당규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당대회 규칙 개정과 관련한 공방은 계속됐다.
김 의원은 이날 안 의원을 겨냥해 “당원 80만 명에 이르는 공당의 대표를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고 친목회라고 칭하며 신뢰하지 못하겠다면서 당 대표를 하겠다는 건 심각한 인지부조화”라고 꼬집었다. 앞서 안 의원이 규칙 개정에 반대하며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
안 의원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김 의원이 3·9대선을 앞두고 당의 외연 확장을 강조했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놀라운 변신이다. 여론조사에 대해 이렇게 말을 180도 바꿀 수 있느냐”며 “중도 노선 강화와 비당원의 참여를 막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했던 분이 이렇게 바꾸느냐”고 받아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하태경 의원은 “친윤 경쟁이 친박(친박근혜) 경쟁 못지않은 것 같다”며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파는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도 ‘윤심은 없다’는 선언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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