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우상이던 586 괴물됐다” 조응천 “국민시선 두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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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만장일치 당론’이라더니…민주당 안팎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당 안팎에선 연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날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하는 등 꼼수 편법 논란까지 더해지자 당 내부에서도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할 일이냐”는 비판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의원총회까지 거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당론이라더니 벌써부터 내부 파열음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0/09/18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 2020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0/09/18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이소영 의원은 21일 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려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원내 입법전략을 재고해달라”며 “우리가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든 법적 절차와 원칙들을 무시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민주정당이길 포기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논란이 됐던 ‘위성정당’ 문제를 언급하며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의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다.

검수완박 사안과 관련해 당 내 소신발언을 이어온 조응천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단 말이 있다. 좀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과거 위성정당 사례를 언급하며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에 대해서 몇 번 사과하고 반성한지 얼마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감행하는지,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좀 두렵다”고 했다.

역시 당 비상대책위원이기도 한 조 의원은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 공개된 뒤 “법안 내용 중에 정책의총에서 논의되지 않았거나 보고범위를 벗어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원내 지도부를 직격한 바 있다. 18일엔 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려 검수완박 입법이 검찰의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권한마저 없애는 부작용 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2021/02/03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2021/02/03 사진공동취재단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으로 당선됐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586 운동권 선배님들이 반독재를 위해 피 흘려 싸웠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민주독재, 입법독재”라며 “저는 586 이후 세대로써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우상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정치는 없고 뭔가 부숴야겠다는 망치만 있는 것 같다”며 “왜 이렇게 민주주의 원칙을 자꾸 뒤흔드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탈당 꼼수 계획에 대해서도 “분노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운영위에 한 명의 비교섭 단체를 넣은 것은 소수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자는 중요한 장치”라며 “이것을 스스로 무너뜨려 가면서 더 큰 대의를 지키겠다는 것은,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입법 시) 민생 관련 범죄 수사에 대한 역량 부족 등이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열흘, 20일 안에 처리하려는 이유가 진영논리 외에 뭐가 있겠느냐”며 “섣부른 개혁이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된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돼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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