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로 방사포 4발… 尹취임 51일 앞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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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ICBM 등 추가 도발 주시

평양 노동신문
평양 노동신문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20일 평안남도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군은 정권 교체기를 노린 저강도 도발이자 ICBM 등 ‘중대 도발’에 앞선 사전 무력시위일 수 있다고 보고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8분경부터 1시간에 걸쳐 평남 모처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4발이 잇달아 발사됐다. 군 소식통은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50km 안팎”이라며 “122mm 또는 240mm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은 이번 발사가 포 사격을 금지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완충수역을 넘어서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240mm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65km로 서해 NLL 인근 황해도 지역에서 쏘면 우리 군 요충지인 백령도 등 서북도서를 타격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 2시간 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관계차관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여러 차례 남북 간 교전이 벌어졌던 서해상에 이날 보란 듯 방사포를 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이란 분석이 나온다.

北, 핵-ICBM 이어 서해NLL 겨냥 위협




윤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의 국방부 신청사 이전을 발표한 기자회견 날에 맞춰 방사포를 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방사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대남 기습전력 중 하나”라며 “군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 수위를 높였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달로 임박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경고성 시위’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일 방사포를 쏜 구역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포 사격 금지 구역에서 한참 북쪽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 사격 금지 구역 밖에서 해상 표적에 대한 타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군은 북한의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었다”며 “이번 발사는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동계훈련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발사 시기와 방식 등을 고려하면 단순 동계훈련 성격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51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를 겨냥한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13일 전 3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한국 대선 직후 정권 교체기를 틈타 도발에 나선 전례가 많다.

군 안팎에선 연초부터 단·중거리 미사일의 연쇄 발사에 이어 최근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괴물 ICBM’인 화성-17형까지 쏜 북한이 또 다른 형태의 도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차기 정부 출범을 전후해 남북 간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과 서북도서를 겨냥한 포 사격 위협과 함께 핵·미사일 도발까지 동시다발적 강공전술로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수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방사포#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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