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의용군 논란…러시아에 오해 살 가능성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7일 1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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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유명해진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가 의용군을 구성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들을 처벌할 방침이다.

이 전 대위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위는 예능 ‘가짜사나이’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고 현재 구독자 76만여명인 유튜브 채널 록실(ROKSEAL)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군 복무 당시 청해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전 대위 출국 소식에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입국하지 말라는 여행경보 4단계 발령 조치를 어겼다며 이 전 대위 등의 여권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위는 정부가 처벌한다면 이를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여행 금지 국가를 들어가면 범죄자로 취급받고 1년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다”며 “하지만 처벌받는다고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위는 또 “저의 팀원들은 제가 직접 선발했으며, 제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그때는 제가 다 책임지고 주는 처벌 받겠다”며 “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해 위상을 높이겠다. 그럼 임무 끝나고 한국에서 뵙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할지, 그리고 현지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전투 임무를 수행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 전 대위가 우크라이나에서 의용군으로 전투를 한 뒤 귀국해 실제로 처벌을 받는다면 이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지지 의사를 밝힌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 세계에 의용군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수호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우크라이나로 와 달라, 우크라이나를 수호하는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의용군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이들을 공식 부대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한 외국인 의용군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지난 6일 러시아군과의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건너온 외국인 의용군이 약 2만명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의용군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이 전 대위 처벌 방침을 밝힌 것은 러시아가 이를 일종의 파병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 수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협력 가능성을 차단해왔다. 한국 국방부 역시 모포 등 물자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소총 등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이 개인 차원의 의용군 참가를 허용하는 듯 한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을 비롯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유럽 국가들 역시 확전을 우려하면서 우크라이나 내부로 전투 병력을 보내지 않는데 한국이 의용군 참여를 공식적으로 허용한다면 이는 자칫 독자적인 참전 의사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구하러 간다고 밝힌 이 전 대위를 처벌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제대군인들의 활동 영역을 지나치게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군 안팎에서는 제대군인의 용병 활동에 관한 입법 미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역 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제대군인이 많은 상황에서 용병 활동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왔다. 전투 능력을 갖춘 제대군인들 중 일부는 용병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기훈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제대군인을 위한 맞춤형 취업정책의 제고 방안’ 논문에서 “전역 예정 군인 1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해외 파견부대 근무와 용병(傭兵)으로서 타 국가의 전투 현장에 투입되기를 희망하는 인원이 116명으로써 8.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군사적으로 대립을 하거나 전쟁 중인 국가는 군사적 전문성을 가진 제대군인들에게는 대규모의 고용이 보장된 하나의 기업이 될 수 있다”며 “경제적인 희생을 치러서라도 국가의 존립과 안보를 얻으려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많으며 특히 냉전 이후에는 소규모 분쟁이나 내란 등이 빈발함으로써 군사적 소요가 과거보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군사 전문성을 지닌 제대군인들 중 40여%가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병(兵) 출신 청년들도 매년 25만여명씩 제대를 하고 있으나 그들 역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히 해병대나 특전사 출신 징병들은 고유의 전문성을 발휘할 용처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용병 활동이 국제 테러 단체와 연계되지 않도록 관련 입법을 서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들을 조직적으로 훈련시켜 부대 단위로 편성해 이념이나 종교 문제 등 국제적으로 하자가 없는 국가에 파병을 하고 계약기간 종료 후 귀국시키는 등의 순환을 거듭한다면 제대군인들이 그들의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게 함은 물론 경제적 수익과 전투력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국제적 설득 및 홍보가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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