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이 후보는 이날까지 경기지역 순회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전날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등 호남의 성난 여론이 심상치 않자 급히 광주로 발길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저희가 좀 무심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 “광주는 내 사회적 어머니”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충장로 거리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초등학교를 마치고 성남 공장에 취직했더니 관리자는 경상도 사람인데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며 호남 홀대론을 이어갔다. 그는 “판검사해서 잘 먹고 잘살아야지 하던 (내) 인생 좌표를 180도 바꾸게 한 게 5·18민주화운동이었다”며 “광주는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사회적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공항에서 군 공항 부지 이전 등을 공약한 이 후보는 “억울한 지역이 없게 해야 한다”며 “부산공항은 국가 돈으로 지어주면서 광주공항은 ‘네 돈으로 해라’ 하면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당 경선 레이스 중엔 경북 안동에서 “(정치구조가 바뀌어) 오히려 영남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가 지역감정 조장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이날 광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하면서 “중대재해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은 건설면허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 李 이달 들어 10차례 사과
이 후보는 이날 사과까지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10차례 사과했다. 특히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듯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서만 4차례, 민주당의 오만에 대해선 3차례 사과했다. 25일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면 상대가 반칙해도 우리는 정도를 갔어야 했다”고 했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께 뵐 면목이 없다”(26일) 등 정치 쇄신 의지를 담았다. ‘형수 욕설 녹취’와 관련해서는 두 차례 사과하면서 사과 도중 오열하는 등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1월 중순 이후 선대위 내홍을 수습하고 지지율을 역전시키자 이 후보가 줄곧 ‘로키’와 ‘읍소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