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검사 시절 보수 진영 궤멸에 앞장섰다. 죽은 권력을 잔인하게 수사했다.”(홍준표 의원)
“보수 궤멸은 수사 때문에 된 게 아니고 홍 후보가 2018년 당 대표 할 때 지방선거가…(졌기 때문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양 강 구도를 형성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16일 처음 열린 당 경선 토론회에서 정면충돌했다. 100분 동안 이어진 토론에서 두 사람은 적폐 수사, 조국 수사, ‘고발 사주’ 의혹 등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윤 전 총장에게 이날은 TV토론 데뷔전이었다.
○ 尹 ‘보수 궤멸 책임론’에 “검사 소임 다한 것”
홍 의원은 두 번의 주도권 토론에서 모두 윤 전 총장을 맹폭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에게 반격하면서도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는 홍 의원을 피해 다른 후보들에게 정책 위주로 질의를 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적폐 수사를 거론하며 “1000여 명을 수사하고 200여 명을 구속했다. 박 전 대통령 수사를 하면서 구속시킨 공로로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했다”며 “국민의힘 입당할 때 당원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을 처리했다.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한 것이고 사과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이 “얼마나 포악하게 수사했으면 5명이 자살하나”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이 “5명은 누구를 말하는 건가. 저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흠이 많은 후보는 처음 봤다”며 윤 전 총장 장모 논란,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때부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인사 검증을 받아 이 자리까지 왔다. 의혹 중에 지금까지 나온 게 없다”고 방어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캠프가 고발장을 내면서 홍 의원 캠프로 추정되는 ‘성명불상자’를 포함한 데 대해서도 두 사람은 격돌했다. 홍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때 ‘성명불상자’와 관련해 특정 캠프 소속이라고 했다. 특정 캠프가 어디냐”고 몰아붙였다. 윤 전 총장은 “금시초문”이라면서도 “그게(관련 얘기가) 퍼져 있기 때문에 성명불상자를 고발장에 기재한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 “나는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국민의 강철’”이라고 했고 홍 의원은 “나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고 했다.
○ 洪 “조국 수사, 전가족 도륙”
다른 후보들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윤 전 총장에겐 “본인 사건에선 증거가 없다며 버럭 하고, 남의 사건은 증거도 없이 고발장을 냈다.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홍 의원에겐 “조국 교수랑 페이스북에서 요즘 ‘썸’ 타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인가”라며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고 물었다. 홍 의원은 “나는 잘못된 걸 보면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안 된다)”고 대답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홍 의원을 향해 “정경심 교수가 2심에서 유죄에다가 실형 판결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도륙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조국이라는 사람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 그렇게 윤석열한테 이야기하고 자기가 들어갔으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 아니냐”며 “말하자면 부인, 딸, 동생, 사촌, 조국 본인까지 가족 전체가 들어갔다”라고 답했다. 이에 하 의원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에 나온 법의식이다. 개인이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수사 발언과 관련해 홍 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수사는 문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후보가 지인에게 고백했다”며 “여권 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지요”라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에게 “검찰 최측근 간부가 직접 문건을 만들어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후보를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관여하지 않았고 그 경위를 봐야 한다”며 “그분들이 왜 그걸(고발장을) 만들겠나. 그럴 개연성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이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때문이라며 “요새 넥타이도 (더불어민주당 색인) 파란색만 매고 민주당보다 내부 공격에 열을 올린다”고 했다. 홍 의원은 “원래 파란색은 한나라당 색깔”이라고 맞섰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토론회장 밖에서 일부 윤 전 총장 지지자가 홍 의원에게 달려들어 홍준표 캠프 관계자가 경상을 입었다. 국민의힘은 2차 컷오프(다음 달 8일) 전까지 앞으로 5번의 TV토론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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