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기간 성김 美 대북대표 방한…北 도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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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20일 0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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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6.23/뉴스1 © News1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6.23/뉴스1 © News1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번 주말 한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방한한다는 점과 그가 내놓을 대북메시지를 두고 각종 분석이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지난 15일 “오는 21~24일 김 대표 방한이 추진되고 있다”며 “관련 조율 작업이 끝나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김 대표의 방한 일정이 알려진대로 진행될 경우, 그는 카운터파트(상대방)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최근 다시 삐걱거리고 있는 남북관계를 두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개시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군 당국은 올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규모는 올 3월 전반기 훈련보다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1.8.9/뉴스1 © News1
올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개시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군 당국은 올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규모는 올 3월 전반기 훈련보다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1.8.9/뉴스1 © News1
지난달 27일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고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계기가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문제 삼으며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1일 한미훈련이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며, ‘사전연습’ 격인 우리 군의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실시된 10일에는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루 뒤 김영철 당 중앙위 통일전선부장도 “(남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동시에 북한은 지난 10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정기통화 시도에도 불응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정작 한미훈련의 ‘본훈련’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이 지난 16일부터 시작됐지만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대신 한미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전개해온 저강도 대응훈련을 이번에도 실시하고 있는 상황.

그렇지만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북한은 15일 전후로 동해상에 미사일 발사 또는 포 사격 훈련 전 선박의 항해를 금지하게 하는 ‘항행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상황에서 김 대표의 방한은 북측의 도발을 일정 정도 억제하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인사가 한국에 있는데 북측이 무력시위를 할 경우, 이는 곧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대표의 방한 일정이 지난달 27일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즈음해 대화 모멘텀을 살리자는 목적에서 추진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한미훈련 기간에 방한하게 됐다”며 “의도했던 그렇지 않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 달 전 ‘대화 위한 인센티브 없다’ 성 김, 전향적 메시지 내놓을까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표의 이번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 6월 이후 2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것이다. 당시 그는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자 북한은 김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축한 바 있다.

이후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지 않으며, 교착 국면은 더욱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는 이번 김 대표의 방한에서 전향적인 대북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부분 중 하나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선(先) 양보로 비칠 수 있는 대북 유화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 한국을 찾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우리는 북한에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미군 철수로 ‘외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미국이 전향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끄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비핵화 보다는 한반도 위기관리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것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며 “또한 최근 아프간 사태로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자존심에 금이 간 상황에서 미국의 적대 세력 중 하나인 북한에게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기조가 매우 흔들릴 수 있다”며 “현재 입장을 유지하면서 (방한 기간 중) 만약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사태의 후폭풍 중 하나가 미국의 동맹 방어공약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한다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강력한 방어공약을 상징적으로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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