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휴전 선언 하루만에…李李 ‘내검남네’ 으르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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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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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한 지 하루만에 다시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9일 오전부터 각각 도지사 사퇴론과 경선 불복 논란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러다 본선에서 역풍 맞는다”는 당 내 위기의식 속 일단 겉으로는 휴전에 나섰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각 캠프들이 ‘내검남네(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의 늪에 빠져 감정싸움을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이 하루만에 다시 ‘으르렁’


이 전 대표는 9일 오전 TBS 라디오에서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 논란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분명한 것은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공방을 자제하자고 하는 마당에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재명 지사 측 캠프를 두고) 흔히 도청캠프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안 듣게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도지사직 유지에 대해 “잘못하면 권한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 지사 캠프 측은 지사직 유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 박성준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 “도지사의 책임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의 일관된 원칙을 위해 지사직을 유지해서 선거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정면반박했다.

앞으로 네거티브 전면전이 재개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CBS라디오에서 현 상황을 ‘휴전 상태’로 규정하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소총 한 번 쏜 것 가지고 (반격을) 하진 않겠지만 갑자기 미사일을 쏜다, 대포를 쏜다 그러면 그때는 (네거티브 재개를)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與 “집안싸움에 본선 말아 먹을랴”


양 캠프가 여전히 감정싸움을 이어가는 데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지지율 측면에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집안싸움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실제 이 지사가 갑자기 네거티브 중단을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데에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에 깔려있다. 경선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지지율이 오를 거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3~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비 경선을 거치면서 반등을 시작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데에 그쳐 10%대에 멈춰섰다. 이 전 대표는 9일 TBS 라디오에서 “주가도 많이 오르면 그 다음에 조정기를 맞는 것처럼 지금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7월 한 달 많이 오르다가 지금은 조정되고 있는 정체 기간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각 캠프는 ‘백제 발언’을 비롯한 지역주의와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공방이 부각되면서 당과 후보 개인의 비호감도만 커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결국엔 이런 점들이 본선에서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내 군소후보들도 네거티브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카드’까지 꺼내들며 네거티브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이낙연 캠프는 네거티브 정쟁의 책임자들을 즉각 캠프에서 내보내야 한다며 “당도 흑색선전을 퍼뜨린 양측 관계자를 즉각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의원은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설훈 의원에 대한 선제적이며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당내 대선주자들과 릴레이 스킨십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달 30일 박용진 의원, 이달 3일 김두관 의원과 공동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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