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북 대화’ 카드가 된 한미 훈련… 4년째 실기동 빼고 축소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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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실기동 없이 시뮬레이션’ 합의… 美 ‘北과 대화 악영향 우려’ 수용한듯
文 5월 “대규모 훈련 어렵지 않냐”… 사실상 한미훈련 가이드라인된 듯


한미훈련 또 규모 줄여 8월 둘째주 실시 가닥
한국과 미국 정부가 8월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훈련도 남북관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대폭 축소된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훈련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참가 병력을 줄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 등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우리 정부는 미국 측과 올해 3월 상반기 연합훈련과 유사한 규모로 8월 둘째 주에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한미는 연합훈련 연기와 축소, 규모 확대 등 복수의 선택지를 놓고 미국 측과 협의해왔다. 올해 상반기부터 한미 장병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연합훈련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축소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미 양국의 대규모 연합 실기동훈련이 2018년 이후 4년째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한미 훈련 규모를 정상화할 경우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해온 북한을 자극해 북-미 대화 재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판단을 미국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미국과 얘기가 잘됐다. 훈련 내용과 미군 증원 병력 등 세부사항은 한미 군 당국이 지속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상반기 연합훈련은 취소됐고 지난해 8월 하반기와 올해 3월 상반기는 실기동훈련 없이 참가 인원이 대폭 축소된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훈련이 실시됐다.

‘남북 대화’ 카드가 된 한미 훈련… 4년째 실기동 빼고 축소실시
한미 정부가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또다시 ‘축소’된 규모로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은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가 급한 문재인 정부가 연합훈련 축소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카드로 써야 한다고 조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군 안팎에선 한미 장병들의 백신 접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일부 해소된 상황에서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 등 훈련 정상화가 4년째 이뤄지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文 “대규모 훈련 어렵다” 의중 반영된 듯

한미 정부는 잠정적으로 다음 달 둘째 주부터 진행될 연합훈련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뤄졌던 연합훈련의 규모 수준으로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을 덜 자극해 대화 재개의 유인책으로 삼겠다는 것. 문 대통령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상황으로 대규모 훈련 진행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도 사실상 규모 축소의 가이드라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훈련 취소나 연기는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존 서플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당에서 제기된 8월 훈련 연기 주장에 대해 “계획된 훈련 일정에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훈련 중단을 주장해온 북한이 훈련 축소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여길지는 불투명하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3월 상반기 연합훈련 당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합동 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북한은 3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기동훈련 뒷전’ 우려 여전

한미 군 당국은 8월 훈련까지 남은 한 달여간 미군의 증원 병력 규모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 여부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방침이다. 백신 접종으로 예년보다 미군의 증원 병력은 더 투입될 수도 있다. 통상 연합훈련 직전 2000여 명의 미군이 본토로부터 투입되는데 지난해와 올해엔 코로나19 상황으로 사실상 거의 입국하지 못했다. 우리 군이 추진 중인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의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미국 측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선 한미 장병들의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기동훈련이 여전히 뒷전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취임한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컴퓨터 모의훈련보다 실기동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키리졸브(KR·상반기), 을지프리덤가디언(UFG·하반기)과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FTX) 등 3대 연합훈련을 모두 폐지하고 연간 두 차례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 중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미 훈련#축소 잠정 합의#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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