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 공간서 심장 터질 듯” 천안함 장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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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7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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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은 27일 “항상 이맘때쯤이면 천안함은 정쟁의 대상이 돼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회장은 이날 천안함 피격 11주기를 맞아 진행한 채널A 주말뉴스A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을 기억하는 건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권리고 안 하고 싶다면 안 하셔도 되는데, 뉴스를 보면 다들 자기 유리한 쪽으로 끌고서 행동하시는 거 보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보도와 정치인들의 행동을 봤을 때, 과연 이분들이 진심으로 천안함 장병을 추모하고 있는지, 아니면 좀 더 뉴스에 나와서 그렇게 (유리한 쪽으로)끌고 가는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전 회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현역·예비역들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천안함 장병 58명 가운데 24명은 현역, 34명은 예비역이다.

그는 “배 타시는 (현역)분들은 폐쇄 공포증을 호소한다. 방독면 훈련할 때도 쓰자마자 바로 벗게 되고 실내에 밀폐된 공간 안에 들어갔을 때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계속 외부 갑판 위에서 호흡을 자주 하게 된다고 한다”며 “제가 봤을 때는 (군 생활이) 가능한 게 아니다. 그 분 같은 경우는 배 생활을 한다는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전역자 중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분들은 어떤 혜택과 배려를 받고 있는지?’ 물음에는 “혜택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며 “보훈처든 국방부든 누군가 나서서 안내를 해주셨어야 하는데, 11년 동안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가 생각해보니 누구 하나 나서서 안내해주시는 분이 한 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가가 입증하고 국가가 찾아서 도와줘야하는데, 개인이 찾아야하는 상황인거다. 그걸 바꾸지 않은 이상 제2의 천안함, 제3의 천안함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후배들도 저희와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2023년 천안함이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왈칵 울었다고 밝혔다. 함명이 ‘천안함’으로 결정된 2800톤급 신형 호위함이 현재 건조중에 있으며, 오는 2023년 진수된다. 새 천안함은 이르면 2025년 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배치된다.

전 회장은 “역사 속에 사라진 우리 천안함이 다시 부활하고 그 배에 혹시 기회가 되면 우리 승조원 중에 한 분이 또 탑승을 한다고 상상을 하니 뿌듯했다”며 “전에는 슬픔을 강요받는, 거기서 안 울면 안 되게끔, 행사를 그런 식으로 진행했는데 어제 (천안함11주기 추모식)같은 경우에는 눈물 보다도 뭔가 용맹과 가슴이 막 뜨겁게 만드는 현장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날(26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 2함대사령부에서는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이어 11주기 천안함 추모식이 엄수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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