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일 실무 협상을 시작했지만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이 큰 틀에서 “반드시 단일화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과거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던 단일화 모델을 참고해 절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은 여론조사 단일화를 채택할 경우 어떤 여론조사 문항을 설정하느냐다. 이른바 ‘적합도’ 대 ‘경쟁력’ 문구 싸움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 후보는 ‘어느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 방식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고.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상대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고 문항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양측은 미세한 문구 하나로 결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두 후보의 쟁점과 가장 유사했던 사례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다. 당시에도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양측은 정면충돌했다. 노 후보는 ‘어느 후보를 선호하느냐’고 묻는 적합도 문구를, 정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맞붙어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고 묻는 경쟁력 문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은 ‘이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노무현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절충형 문구에 합의했다. 이 후보 지지층 응답을 걸러낼 수 있는 역선택 방지 조항과 경쟁력 문구를 넣는 방식으로 사실상 정 후보의 주장이 대폭 수용된 결과였지만, 최종 승자는 노 후보였다.
비록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야권이 단일화 전략 수립을 위해 분석한 주요 단일화 사례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의 협상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적합한 후보’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문 후보와, ‘이길 수 있는 후보’ 문구를 주장한 안 후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안 후보가 전격 대선후보를 사퇴하며 ‘갈등형 단일화’로 끝을 맺어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캠프 실무진들이 ‘노무현·정몽준 모델’을 일부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당시엔 여론조사 비율이 30%에 불과해 여론조사 문구를 둘러싼 잡음은 크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원하는 방식을 대폭 수용하며 “누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문구로 조사를 했다. ‘적합도’를 묻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사실상 상대 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었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박원순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돼 당선됐다.
야권에선 물리적인 여론조사 기간을 감안할 때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기간(18~19일)에 앞서 16일까지는 여론조사 문구에 합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앞선 단일화 사례를 보더라도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는 없었다”며 “결국 양측이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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