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사면론’ 與 한발 빼자… 野 “장난치나”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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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4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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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4/뉴스1 © News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4/뉴스1 © News1
보수 야권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단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가 한발 물러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장난치지 말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일정 부분 야권 분열을 일으킬 수 있었던 여당발 사면론이 되레 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형국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4일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서 사면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그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다만 사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통합이 목적이라면 단순한 사면을 넘어서 정치에서도 여러 가지 협력을 하거나, 국민 통합을 위한 진심이 전해지도록 제대로 (사면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두 보수 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면 중진들은 이 대표의 ‘말 바꾸기’ 태도에 격분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해 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기회라는 단서를 달아 두 분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어제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자신들이 칼자루를 잡았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장난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주워 담으니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앞으로 이 대표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게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표적인 MB계 인사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면과 관련, 국민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결론을 두고 “여당 지도부의 시간 돌리기용으로 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들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고문은 “이 대표와 국회의원을 함께했지만 그분이 무모하게 내지르고 하실 분은 아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더구나)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기에 사전에 귀띔이라도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사면의) 취지에 대한 정도의 대화는 있지 않았겠는가 하고 짐작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사면론은 야권보다는 여권의 갈등을 촉발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한 정치학자는 통화에서 “사전교감이 있었고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신호를 줬다면 여당 내, 또 지지자들에게서 이 정도까지 공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지도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이달 중순 신년기자회견 때까지 사면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5선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수처가 곧 출범되면 세월호 진실이나 부정은닉 재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데 사면 복권 주장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지난 연말에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됨에 따라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아주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당 5선의 설훈 의원 “정교하게 다툰다면 재판을 끝내고 얘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정신 자체는 이해를 해야 될 부분 아닌가”라고 이 대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면 건의’는 유효하다는 이 대표 입장과 보수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 내 갈등은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때까지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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