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3평 투 룸’ 둘러보며…“부부에 어린아이 2명도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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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경기 화성시 동탄의 행복주택단지를 찾아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주택문제가 우리 사회 최고의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들 관심이 모여져 있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 할 시기”라고 말한데 대한 반응이다.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세 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민심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두고 ‘임대주택 확대의 적기’라고 평가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중형 임대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할 것”이라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예산 지원 확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을 들여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을 두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3평 투 룸’ 둘러보며 “부부에 어린아이 2명도 가능”
문 대통령은 이날 변 후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동탄 행복주택을 방문했다. 이 곳은 LH가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으로 디자인 공모를 받아 지은 공공임대주택이다. 문 대통령이 주택정책 현장을 찾은 것은 2년 5개월여만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임대주택은 가장 넓은 평형인 44㎡(옛 13평형)과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처음으로 복층형으로 지어진 신혼부부용 41㎡(옛 12평형). 변 후보자는 복층형 41㎡ 평형을 소개하며 “신혼부부가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설계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정말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2개 방을 갖춘 44㎡(13평) 평형에선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 “공간배치가 진짜 아늑하기는 하다”고 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베란다가 쭉 열려있어서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화분을 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4인 가구가 거주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현장 사진을 보니 3명으로도 꽉 차 보인다”, “반려동물은 무슨 죄냐”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4인 가구가 거주하기 위한 최소 주택 크기를 전용면적 56㎡(17평형)으로 평가된다.

● 임대주택 예산 확대 예고…전문가들은 “효과 기대 어려워”
문 대통령은 “우선 (임대주택)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고, 그 두 가지를 다 해야된다”며 변 후보자에게 중형 공공임대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예산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품질은 그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예산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서 과감하게 재정적으로도 보도 많은 투입을 하고, 평형도 다양하게 만들고, 여러 가지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을 할 시기”라며 변 후보자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비공개 환담에서도 “(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형 임대주택이 부동산 대란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요국들은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낙인효과’ 등 부작용이 적고 예산 투입대비 효과가 좋은 ‘주택 바우처’ 제도 등 주거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확대에 예산을 써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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