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北 비핵화 진전 분명한 신호 있어야 김정은 만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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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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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한반도 안보정책 어떻게 달라지나

2013년 美부통령 때 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몰 미군 장병에게 헌화하는 모습. 바이든 당선인은 의정생활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서 보냈으며 미 의회내에서는 ‘지한파’로 
분류된다. 동아일보DB
2013년 美부통령 때 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몰 미군 장병에게 헌화하는 모습. 바이든 당선인은 의정생활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서 보냈으며 미 의회내에서는 ‘지한파’로 분류된다.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반복된 회담들은 ‘사진이나 찍을 기회’였다. 그 회담들은 어떤 양보도 얻어내지 못한 채 김정은 체제를 더 강화시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9월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회담은 성공하지 못했고 잠재적으로 역효과를 냈다. 오직 독재자를 정당화하는 데만 기여했다. 김정은과 직접적인 개인 간 외교를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미 정가의 대표적인 외교통으로 불려온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북핵 해법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의 경우 북-미 정상 담판을 선호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보다는 ‘보텀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중시하지만 실무급 협상을 통해 비핵화 여건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다고 확신할 때에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짓는 식으로 북핵 프로세스를 ‘리셋’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거리 둘 듯

정부 당국자는 8일 “구체적인 대북 전략이 없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 않겠지만 실무 협상팀에 권한을 부여하는 보텀업 방식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를 지렛대 삼아 대화를 이끌어내고 협상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구상이어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와 즉흥적 결정에 크게 기댔던 트럼프 대통령 방식과는 아주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트럼프가 이미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하며 북-미 간 소통 채널은 만들어 놓은 만큼 바이든이 정상 간 담판에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바이든은 지난달 미 대선 TV토론에서 북-미 정상회담 조건으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는 “비핵화 발걸음을 뗄 준비가 됐다는 분명한 신호가 없으면 바이든은 북한 지도자와 직접 접촉하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바마 시절 진행된 이란 핵 협상식 북핵 프로세스가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에 참여했던 인사가 다수 포진한 만큼 미국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관여해 북핵 합의의 불가역성을 보장하는 ‘이란 핵 합의’ 방식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을 임기 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트럼프 집권 시기에 구상했던 종전선언 등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TV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불량배”로 표현했던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지난달 “미친 개”라는 논평까지 냈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바이든 측 인사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대화의 판 자체를 흔들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 방위비 협상 조만간 재개 “주한미군 협박 안 해”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방위비 협상 등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이든이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트럼프 시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진 것.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올해 3월 한미 협상단이 잠정 합의했던 ‘방위비 총액을 전년 대비 13% 인상한 뒤 2024년까지 연간 7∼8% 상승률을 적용한다’는 방안을 기초로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위비 협상은 한미 실무선에서는 대략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1년 계약의 13억 달러 인상을 들고나오면서 중단됐다. SMA 협상의 조기 타결이 이뤄지면 주한미군 주둔 이슈도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은 최근 언론에 “미군 철수로 협박하며 한국을 갈취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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