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전력화에 ‘핵잠 대응’ 필요성… 현정부서 공식화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 발표
2030년대까지 잠수함 9척 전력화… 7~9번함 추진 방식 결정 안해
靑, 지난달 “차세대는 핵엔진”… 文대통령 공약 이행 신호탄 분석
경항모-‘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병장 월급 2025년 96만원으로 인상

군이 향후 건조할 4000t급 잠수함을 핵추진잠수함(핵잠)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적극 내비치면서 ‘핵잠 도입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할 핵잠의 도입이 조만간 공식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핵잠 도입의 본격적인 추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군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다 무산된 핵잠 개발(일명 362사업)이 현 정부 임기 내 재추진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지난달 고체연료 추진체 개발 허용을 골자로 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발표한 후 방송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미 원자력협정과 핵추진 잠수함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해 핵잠의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김 차장이 미국과 미사일 지침 개정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체 추진체 허용에 이어 현재 800km에 묶여 있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푸는 쪽으로 미사일 협정을 개정하는 동시에 핵잠 도입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 작업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을 보유하려면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는 원자력 협정과 핵잠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외교당국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관련 사안을 규율하는 협정에 (군사적 사안인) 핵잠은 규율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잠 문제를 논의하려면 별도의 협정·협약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관련 조항에 대한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한미 간 사전에 치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 핵잠 개발의 기술적 여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과 대등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건조 기술은 물론이고 3000∼4000t급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제작 능력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 결심만 하면 프랑스의 바라쿠다급(4700t)과 맞먹는 핵잠을 6, 7년 내에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핵잠용 저농축우라늄 확보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만 얻어내면 핵잠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의 전략적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이 여러 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신형잠수함(3000t)의 전력화를 목전에 두고 있고, 중국 러시아도 신형 핵잠을 속속 배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상응 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이날 경(輕)항공모함 도입도 공식 발표했다. 수직이착륙 전투기(F-35B 스텔스기 유력) 10여 대를 탑재한 3만 t급 경항모는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2030년대 초 전력화할 계획이다. 경항모는 한반도 인근 해역과 원해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는 해상기동부대 지휘함으로 활동하게 된다. 또한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서 수도권을 방어할 ‘한국형 아이언돔’과 북한 및 주변국을 감시할 초소형 정찰위성(2025년 이후)의 개발도 본격 추진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을 2026년 이후까지 지금보다 3배가량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편 병사 월급은 2025년까지 96만 원(병장 기준)으로 인상되고, 예비군 훈련 보상비도 지금(4만2000원)보다 3배가량 올릴 계획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기재 기자
#핵추진잠수함#핵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