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어 안쓰는 與에…진중권 “서울시가 예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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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5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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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없는데 사과는 왜?”
“‘피해 호소인’ 단어 만든 사람 매장시켜야 한다”
“사회방언 만들어 조직적 사용, 민주당 사과하는 거 아냐”
“얄팍한 잔머리로 국민 속이려 해” 분노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쓰지 않던 ‘피해 호소인’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사회방언(sociolect)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전 시장 피소 7일 만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은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하냐?”고 페이스북을 통해 물었다.

진 전 교수는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규명할 의지도 없다면서, 그 놈의 사과는 대체 뭘 ‘근거’로 하는 거냐?”며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지 ‘피해호소인’에게 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누가(어느 xxx가) 만들었는지, 그분(그xx) 이름 공개하시라.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버려야 한다. 서울시에서도 ‘피해호소직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저 사람들, 짜고 하는 짓이다. 어느 단위에선가 (준)공식적으로 호칭을 그렇게 정해서, 조직적으로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 같다”며 “얄팍한 잔머리로 국민을 속이려 해? 아주 저질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속지 마라. 저 인간들, 사과하는 거 아니다. 지지율 관리하는 거다다. 한편으로 ‘피해호소인’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당의 공식입장은 ‘피해자는 없다, 고로 가해자도 없다.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그는 “어이가 없다. ‘고인의 부재’로 진상규명이 어렵다? 그러니 서울시에서 해라? 고인이 부재하는데 서울시는 대체 무슨 재주로 진상을 규명하나? 서울시가 예수 그리스도냐? 죽은 사람을 되살리게.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앉았는지?”라고 비난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과문 전문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아울러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습니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공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피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을 드립니다.

민주당은 당 소속 공직자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기강을 세울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당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당규를 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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