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3주기…모친 “김정은·김여정, 지옥서 봅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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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서 봅시다(see you in hell)”

지난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3주기(19일)를 맞아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주최 화상간담회에 응한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씨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한 분노를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북한 김정은·김여정 일가에 대한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이날 (현지시간)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복잡한 심경부터 최근 회고록 폭로로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보좌관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또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제로라며 북한 정권에 과도한 힘을 실어주는 북핵 보다 인권 유린 부분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100여명의 학자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질문권을 얻어 참여했다.

신디 씨는 지난해 9월 백악관 초청 만찬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별도 메시지나 접촉 여부를 묻는 본보 질문에 “그는 당시 우리를 초대해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서도 김정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얼마나 그(김정은 위원장)를 경멸하는 지 알 텐데, 정말 때론 이해불가(enigma)한 인물”이라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었기에 아들 오토를 데려올 수 있었을는지 모른다. 그는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했고 또 우리에게 또 상처도 많이 줬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두 사람으로부터 아직까지 연락 한번 받은 적 없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나"며 깊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낚였다” 폄하하는 등 최근 회고록을 통해 논란을 몰고 온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선 “정치적인 발언은 삼가고자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늘 정직하고 솔직하게 우리를 대했다”면서 “북한은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고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순진함에 답답해했다"며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신디씨는 미 법원이 북한에 웜비어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의 가족에 5900억 배상금 판결을 내린 이후 북한의 미국 내 동결자금 추적중인 것과 관련해선 “미 재무부가 좀 더 많은 일을 보완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어떤 금액도 아들을 살아 돌아오게 하지 못한다”면서 “향후 한국과 일본 내 북한인권단체 등에 우리가 도움을 주고 미국에도 그들의 활동상을 알리는 일을 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화상간담회 내내 신디씨는 북한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이어갔다. 그러나 9.11 참사로 잃은 아들 이름의 자선재단을 만들어 수만 명을 치유한 피터 엘더먼 가족과의 인터뷰 일화를 (▶본보 2014년 5월 8일 A4 9·11테러때 막내 잃은 美부부… 세월호 유족에게 위로 메시지) 소개하며 기자가 ‘희망의 횃불’을 이어가려는 공통점이 보인다 전하자 환한 미소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디 씨는 “아들 없는 매일매일이 견디기 힘들지만 그늘에만 갇혀 있으려 하지 않겠다”며 “우리가 이만큼 올수 있었던 것은 아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함께 싸워온 많은 분들 때문”이라 거듭 사의를 표했다.

한편 미 상원은 18일 만장일치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웜비어 사망 3주기 추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대북 제재가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 확산 및 실험의 검증 가능한 중단을 약속하며 미 행정부를 포함한 다자간 회담에 합의할 때까지 이행돼야 한다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9일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웜비어 일가의 결의와 애국심 정의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웜비어의 사망 3주기를 추모했다. 같은 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도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북한 만행의 희생자중 한명이 오토 웜비어 사망 3주기”라며 조의를 표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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