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번에도 ‘심야 자택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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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마다 ‘버티기’로 요구 관철… 4년전 ‘셀프공천’ 논란때와 유사
일각 “김종인에 대한 기대 예전만 못해”

‘여의도 차르’라 불리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 특유의 ‘심야 자택정치’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주요 고비마다 주요 정치 인사들이 자택을 찾아 읍소하게 만든 뒤 결국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방식이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8일 오후 9시 김 내정자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이날 오후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임기 4개월짜리 ‘김종인 비상대책위’를 의결한 뒤 비대위원장 수락을 직접 요청하러 간 것이다. 하지만 1년 안팎의 비대위 체제를 구상했던 김 내정자가 전국위 결정을 반길 리가 없었다.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들어간 지 30여 분 만에 “(김 내정자가) 지금 당장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채 자택을 나와야만 했다.

4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총선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2016년 3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던 김 내정자가 ‘비례 2번’으로 공천을 받자 당내에서 ‘셀프 공천’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당시 친노 진영 등이 집단 반발하자, 김 내정자는 “평생 명예를 지키며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나를 욕보게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 못 한다”며 당무 보이콧에 들어갔다. 당시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우윤근 비대위원 등이 구기동 자택으로 달려갔고, 문재인 대통령도 김 내정자의 대표직 사퇴를 막기 위해 자택을 찾았다. 당 주요 인사들이 자택에 다녀가고 나서야 김 내정자는 당무에 복귀했다.

자택정치 이면에는 ‘나는 아쉬울 것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16년 민주당, 2020년 통합당의 상황이 모두 카리스마 있는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와 오랜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김종인 특유의 ‘밀당(밀고 당기기)’ 정치가 또다시 시작된 것”이라며 “상대방을 애타게 해서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합당 내 ‘반(反)김종인’ 세력도 못지않게 많다는 점이 변수다. 통합당 관계자는 “비대위를 두고 잡음이 난다는 것 자체가 ‘김종인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한상준 기자
#미래통합당#김종인#자택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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