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車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 지원… 대규모 실업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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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기업 안정 5차 비상경제회의


정부가 22일 항공 자동차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 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한 것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집중됐던 유동성 지원을 대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지적에 발목을 잡혀 있었지만 고용 유지, 이익 공유 등 단서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이런 비판을 피해 갈 명분을 만들었다.

○ 대기업에 고용 유지 등 조건부 지원

정부는 22일 대통령 주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KDB산업은행에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넘어 자본 확충이 시급한 기간산업을 지원해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고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출자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지원대상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 관련 기업이다. 재원은 국가보증 기금채권을 40조 원 한도로 발행해 충당하고 민간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기로 했다.

산은에 기금을 설치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법이 신속히 통과돼 5월에 (기금 설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원 방식은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자금 대출, 지급 보증, 출자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상황이 급한 기업들은 법 개정 전이라도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한다. 항공업에 대해서는 이번 주 산은이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용유지 등 각종 조건도 내걸었다. 6개월 동안 일정 비율 이상 고용 총량을 유지해야 하는 식이다. 조건을 위반하면 가산금리를 부과하거나 지원자금을 회수하는 등 페널티를 줄 수 있다. 지원금을 상환할 때까지 임직원에게 퇴직금, 성과급 등 고액 연봉을 주거나 주주 배당,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체적인 고용 유지와 도덕적 해이 방지 조건은 부처 협의를 통해 정한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나중에 수익을 내면 환원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지원금 일부(15∼20%)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연계증권이나 우선주로 사줘서 지분도 갖고 배당을 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지원 시 유사한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 “조건 너무 까다로우면 효과 반감” 우려


기간산업 지원과 별개로 기존 유동성 지원도 35조 원 추가한다. 앞서 발표한 100조 원과 합치면 총 135조 원 규모다. 여기에는 저신용등급까지 포함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는 20조 원 지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한다. 기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소상공인 자금 지원은 각각 5조, 10조 원 늘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전체적인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경영 악화로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만큼 산업기반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적절한 정부 개입”이라고 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코로나19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해 기업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이번 지원 대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고용 유연성이 낮아서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라고 하면 오히려 기업들이 지원받기를 꺼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받은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사실상의 국유화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은 위원장은 “기업에 간섭하기보다 주가 상승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취지”라며 부인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최혜령 기자
#문재인 정부#비상경제회의#기간산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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