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철수, ‘신당’ 만들까…위협받는 황교안표 ‘보수 빅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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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4일 0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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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사진은 안 전 대표가 2018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계은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뉴스1 DB)2020.1.2/뉴스1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사진은 안 전 대표가 2018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계은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뉴스1 DB)2020.1.2/뉴스1

지난 1년간 침묵을 깨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야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보수통합 논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창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른정당계인 유승민 의원은 안 전 대표와 한 2년 전 약속을 상기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경우 안 전 대표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대표직 퇴진에는 선을 그었다.

특히 보수대통합을 화두로 꺼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통합 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을 보수우파 세력에 촉구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통합은 한국당과 바른정당계가 꾸린 새로운보수당 간의 논의가 중심이 돼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바른미래당(당권파)·민주평화당 등의 독주 속에서 ‘자유’와 ‘보수’라는 이념을 공유하는 세력 간 ‘위기의식’의 공유되면서다.

현재 상황에선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을 추진 중인 한국당과 먼저 논의를 진행할지, 새로운보수당으로 합류해 유승민계와 손잡고 중도개혁보수 깃발 아래 다시 뭉칠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안 전 의원이 한국당 중심의 ‘보수 빅텐트’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계와 접촉 여부에 대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안 전 대표는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이 미래 세대를 착취하고 있다”고 일갈하며 복귀를 선언한 터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가 다른 세력에 합류하기보다는 일단 자신의 이름을 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당제’의 기틀이 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맞춰 복귀한 것도 이 때문이란 해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대표 측이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다고 해도 한국당과 손을 잡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 연동형비례제가 도입된 상황에선 안 전 대표가 일단 독자적인 정당을 만든 후 다음 단계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전 대표가 일단 창당을 한 후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인 유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보수당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철수계 7인(권은희·김수민·김삼화·신용현·김중로·이동섭·이태규 의원) 의원들도 현재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소속으로 손 대표 등 당권파와 대립하고 있어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합류할 경우 연착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교수는 “안철수 정당이 만들어 진 후 유 의원과 힘을 합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조직력이 없는 상태에서 새보수당에 합류하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세를 일단 불리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유승민계의 새보수당과 안철수계 신당이 세력을 형성해 중도보수층을 결집하고, 또 극적인 통합과정을 거치면 4월15일 총선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유 의원의 러브콜에 응답하지 않는 모습이다.

유 의원은 이날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최근 안철수 전 의원과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 “10~11월말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할 때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문자로 드렸는데 답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2년 전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을 상기했다. 그는 “다시 정치하신다니까 잘 해주기를 바란다”면서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건 2년 전에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약속 드렸던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잘 해보자’란 정신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여전히 동의하는지, 그 정신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안 전 대표가 독자 정당을 만들거나 새로운보수당 등과 손잡을 경우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이 요원해질 수 있어 보인다. 집권당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향후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확대에도 한계점이 명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 2018.5.28/뉴스1 © News1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 2018.5.28/뉴스1 © News1

안 전 대표가 자신이 창당한 국민의당을 모태로 한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손 대표가 안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해왔지만, 2선 후퇴를 묻자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두고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가 복귀한다 해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단 얘기다.

안 전 대표 주변에는 국민의당 출신의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만 남아있다. 국민의당에서 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 등이 떨어져 나오고, 함께 통합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마저 탈당한 상황에 주변에 ‘조직력’을 갖춘 인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 전 대표가 처음 정치에 나섰을 당시에는 조직이 없어도 ‘신선함’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퇴색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교수는 “안철수 새정치의 유통기한은 이미 끝났다”면서 “다만 안 전 대표가 현재 민주당 쪽에 가 있는 중도보수층 표를 어느 정도 끌어올 것”이라며 “안철수가 돌아오면 민주당이 타격을 받긴 할 것”이라고 내대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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