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것도 어미의 죄” 대통령에게 편지 보낸 납북자 어머니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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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보낸 것도 어미의 죄요, 그래서 북에 납치된 것도 어미의 죄입니다.”

29일 청와대 앞 분수대. 42년 전 아들의 앳된 사진을 옆에 둔 백발의 김태옥 할머니(87)는 청와대를 향해 “죽기 전에 제발 아들 얼굴 한번 보게 해달라”고 절규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은 1977년 수학여행 중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피랍된 이민교 씨.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에 따르면 1967~1978년 납북된 후 북한 당국에 의해 평양 거주가 확인된 이는 노동당 112연락소 지도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씨를 포함해 모두 21명에 이른다. 김 할머니는 “평양에서 가족을 이루고 산다니 다행이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김 할머니의 남편은 아들의 생사도 모른 채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심장이 좋지 않은 그도 기력이 쇠했다. 김 할머니는 “나도 나이가 많아서 얼마 못 살 것 같으니까 얼른 만나게 해주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날 김 할머니와 1977년 납북된 최승민 씨의 형 최승대 씨, 1978년 납북된 홍건표 씨의 어머니 김순례 씨와 동행 홍광표 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정서와 편지를 전달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납북자 생사확인과 상봉 기대가 높아졌지만 북-미 회담 교착 이후 정부가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 사이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한국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김 할머니의 서신을 청와대에 보냈지만 답변이 없다”며 “대통령이 직접 생사확인과 상봉을 위해 나서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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