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 실천적 ‘용단’ 내려야”…고비 맞은 정부 대북 전략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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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평양선언 '초심' 언급 '당사자' 역할 강조
'비핵화-남북관계 선순환 구조' 폐기 종용한 것
"현실성 없는 말공부질" "빈껍데기 불과" 비방
한미정상회담, '개성공단 시기 상조' 입장 차
정부, 한미공조 기반 대북정책 기조 유지 방침
4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쉽지 않을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으나,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남북관계의 활로 모색이 더욱 여의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2일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때의 ‘초심’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남조선당국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남조선당국은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진실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 정상 간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을 비핵화 협상 국면에 연계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한미 워킹그룹이 본격 가동되고, 여기에서 남북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문제를 건건이 논의하는 틀이 갖춰지자 연일 선전매체 등을 통해 비난을 이어왔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에 대해서도 “착공식도 아닌 착공식”이라고 깎아내리며,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 협력을 진행하는 데 대한 울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특히 통일부 장관이 교체된 직후인 이달 초에는 정부의 ‘제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18~2022)’과 ‘2019년도 시행계획’이 “현실성 없는 말공부질에 불과하다”며 “아무런 가치도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미국 측과의 온도 차만 확인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연일 미국의 ‘속도조절론’과 그에 동조하는 남측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 협상 진전을 남북 협력사업의 조건으로 놓고 있다. 남북 공동선언의 전면적 이행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제반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미공조와 비핵화-남북관계 선순환 구조에 기반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최대한 성사시켜보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 또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여기에 호응하느냐다. 김 위원장은 “강도적 요구를 내들고 관계개선에 장애를 조성하는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적대시 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앞에서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시정연설에서 남측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 만큼 현재의 기조가 이어질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를 후순위에 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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