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변수’로 북미 대화 중대한 갈림길…좌초냐 재개냐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9일 1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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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동창리 둘러싼 기싸움…상호 압박? 새로운 길?
美가 들여다보는 걸 알면서도 발사장 복구 의도적
협상력 키우면서 美 압박하려는 北의 심리전 깔려
비핵화 협상 좌초되거나 반대로 재개 촉진 가능성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를 빠르게 진척시키는 신호가 연달아 포착되면서 북미 대화 국면의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실제 움직임은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맞물리면서 향후 북미대화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를 재건하려는 공사가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 같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이날 동창리 발사장이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가동 상태로 되돌렸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동창리 발사장 동향에 대해 “조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1년 뒤에 우리가 알려주겠다”고 말해 북미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는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일종의 기싸움 용으로 동창리를 활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동창리 발사장 재건이 구체화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신호이거나 비핵화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미 압박의 제스처라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이 첨단 정보자산을 동원해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다분히 의도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 (대화의) 판을 깬다고 볼 수 없지만 이러한 행동(미사일 발사 복구 움직임)은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북한의 심리전”이라고 해석했다.

동창리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 양상이 지속될 경우 자칫 비핵화 협상 자체가 동력을 잃고 좌초되거나 반대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진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열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성렬 국가전략안보연구원 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동창리 의도에 대해 “북미 대화를 방치하면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더 강화돼 향후 미국 측에서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를 멈추려면 협상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협상 촉진의메시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을 불신하는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동창리 발사장의 부분적 동향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처럼 도발로 회귀한다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회담 결렬 이후 동창리 움직임 만으로 북한이 본격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 협의하려면 북한의 반응이 나오고 분석도 해야 하는데 반응이 없다. 아직까지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활동 의도를 좀 더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은 8일 노동신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사실을 처음 언급하면서 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메시지 발신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어 향후 북미 협상 방향에 대해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금 바로 신속하게 대응할 만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내부 대책 분석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 당장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 반응을 보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갈지 말지 판단하고있을 것이다. 시설만 정비하고 미사일을 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 선택의 여지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대북제제 관련 발언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연일 ‘북한과의 추가 대화는 열려있다’는 대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미 대표단에 황급히 전달한 점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북한의 절박한 심정을 내비친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또 북한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에 관한 기록영화를 내보내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계기가 됐다’고 전하는 등 대외적으론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대미 비난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북미가 상당 기간 기싸움을 벌이며 냉각기를 가질 가능성이 커 비핵화 협상 재개가 불확실하지만 협상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견해다.

홍 북한연구실장은 “서로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메세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협상 판을 깨거나 협상판 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가 다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만나기 위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면서 재정비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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