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선택은… 한중러 중재 요청? 핵활동 되레 강화 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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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이후]

베트남 떠나며 손 흔드는 김정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 시간) 베트남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올라 오른손을 들어 환송에 화답하고 있다. 평소 ‘올백’ 스타일로 넘긴 앞머리가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처진 게 눈에 띈다. 랑선=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베트남 떠나며 손 흔드는 김정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 시간) 베트남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올라 오른손을 들어 환송에 화답하고 있다. 평소 ‘올백’ 스타일로 넘긴 앞머리가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처진 게 눈에 띈다. 랑선=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스텝이 ‘하노이 노딜’로 꼬이면서 이후 언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일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만큼 김 위원장이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 러시아 정상과의 회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원 포인트 판문점 회담’ 깜짝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北, 3차 회담 앞당기려 핵 활동 늘릴 수도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2일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해 중국을 통과한 뒤 5일 오전 평양에 닿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총 68시간이 걸렸던 길을 되짚어 복귀하는 것을 감안하면 왕복 이동에만 약 136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특별열차가 건널 북-중 우의교(압록강철교)가 훤히 보이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중롄호텔은 “당분간 중국인들의 투숙만 허용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도착하는 대로 자신의 기대와 달리 비틀어진 북핵 판을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고민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선희를 통해 “미국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꼈다”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당장 북-미 간 실무,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에 일단 비핵화 문제와 공동 전선을 펼쳤던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할 듯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15일 폐막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베이징(北京)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으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남북 정상의 ‘원 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북-미 1차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자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한중러를 지렛대 삼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하노이에서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크게 다르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확인시킨 만큼, 중국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김 위원장의 ‘SOS’ 신호에 덜컥 반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하노이에서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국 측에 회담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중 밀착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이 ‘플랜B’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은 자제하겠지만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생산 등 핵 활동 증가 정황을 흘려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조바심 나게 해 협상장으로 다시 이끌어 내겠다는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북한의 목표는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것인 만큼, 핵 활동이 증가할수록 동결 시 미국에서 받는 포상도 커진다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北 매체 “김정은,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북한 매체들은 북-미 회담 결렬 나흘째인 3일에도 결렬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 대신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을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국제사회계의 칭송의 목소리’란 기사로 치켜세웠다. 신문은 “여러 차례의 중국 방문과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수뇌외교활동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시여 특대사변들을 연속 안아 오신 김정은 각하의 박력 있는 외교활동 방식은 세인을 경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지훈 기자
#김정은#한중러 중재#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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