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예산안 처리 간난고초…씁쓸한 뒷맛 남겨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8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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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8일 오전 자유한국당과 손 잡고 469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원내 사령탑인 홍영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배제하고 자유한국당과 손잡으면서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어찌됐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속에서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예산안 성적표도 민주당이 한국당에 비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 과정에서 정부 원안 470조5000억원 중 2% 가량인 5조2000억원 정도를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 문재인 정부 핵심 사업 예산이 일부 감축됐다.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 6000억원과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1000억원이 감액됐고 공무원 증원 규모(국가직·지방직)도 3000명이 줄었다.

하지만 감액된 것은 일자리 예산 원안 23조4500억원 중 2.5%, 남북협력기금 원안 1조977억원 중 10%, 공무원 증원 원안 3만6000명 중 8% 정도에 불과하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이들 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칼질을 예고한 것에 비하면 큰 틀에서는 핵심 사업 추진 동력을 지켜낸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200억원 가량을 사회통합형 일자리 명목으로 배정하기로 하면서 핵심 과제인 ‘광주형 일자리’의 회생 가능성도 남겨뒀다.

하지만 자축하기만은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이 범진보 진영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캐스팅 보터인 바른미래당을 결과적으로 배제한 것은 ‘전략 실패’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쳤지만 민주당이 처리해야할 개혁 입법과 민생 법안은 아직도 산더미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전체 300석 중 129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들만으로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 범 진보진영인 평화당과 정의당의 협조가 시급하지만 과거와 같은 연대는 한동안 힘들 전망이다. 의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의 어깃장도 예상된다.

지금은 손을 잡은 일종의 ‘동지’이지만 한국당도 다음 총선을 앞두고 대립각을 세울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전통적 우군과 캐스팅 보터, 제1야당을 동시에 적으로 두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 범진보 진영인 평화당과 정의당이 채용비리 국정조사처럼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줘야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뒷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빠른 선거법 개정 논의를 언급하면서 단식 중단과 본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냉랭한 답변만 들었다.

야3당에서는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되면 사실상 선거제 개혁이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옛 국민의당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올해는 한국당과 손을 잡고 국민의당 후신이 포함된 야3당의 예산안과 선거제 연계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부수법안 수정안 처리를 위해서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며 야3당을 배제했다. 사실상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한 지도부의 협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향후 내놓은 반대급부에 따라 범진보연대가 다시 구성될 수도 있지만 ‘배제’의 기억은 연대의 농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적폐청산 대상 또는 ‘패싱’ 대상으로 꼽았던 한국당과 결행한 예산 연대는 촛불집회 이후 결집했던 진보 또는 중도보수층의 이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총선에서 지지층의 확장을 막을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로서는 이래저래 씁쓸한 뒷맛을 남긴 예산정국이었던 셈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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