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행동엔 행동’ 종전선언 압박… 美 “비핵화 진전 없는데”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北, 유해 송환… 비핵화 변곡점 될까

65년만의 귀환… 유해 향해 경례 주한 유엔군사령부 관계자가 27일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을 떠나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수송기에서 미군 유해가 담긴 55개의 목관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트위터
65년만의 귀환… 유해 향해 경례 주한 유엔군사령부 관계자가 27일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을 떠나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수송기에서 미군 유해가 담긴 55개의 목관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트위터
북한이 27일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미군 유해 송환을 했다. 미국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에 이어 한 달 넘게 지지부진하던 유해 송환까지 이뤄지자 “의미 있는 조치”라며 반색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65주년에 맞춰 유해를 송환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압박하고 있다. 종전선언을 채택하기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미국은 노골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북한의 ‘유해 송환 선물’에 마땅한 대응 카드를 찾지 못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김정은, 유해 송환도 ‘살라미식’으로

이날 오전 11시 북한 원산에서 유해함을 싣고 온 미군 수송기 C-17은 우리 영공에서부터 주한미군 F-16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안착했다. 의장대를 따라 연합사 소속 군인들이 11명씩 5줄을 맞춰 행진하며 약식 의장 행사를 거행했다. 정복을 입은 이들은 차례로 수송기 안으로 들어가 푸른 유엔기로 조심스럽게 감싼 유해함을 들고 나와 차량으로 옮겼다. 도열한 장병들은 유해를 운구하는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CNN은 수송기가 원산을 떠나기 전 유해함을 하나씩 개봉해 사진을 찍는 절차를 거쳤다고 전했다. 포렌식(증거 분석) 전문팀을 오산기지로 파견한 미군은 앞으로 5일간 군복 잔해나 군번줄, 서류 대조 등을 통해 정밀 유해 검사를 진행한 뒤 다음 달 1일 오산기지에서 추모식을 갖고 하와이로 유해를 옮겨 DNA 정밀검사를 거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6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해를 맞게 된 미국의 반응은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에게 고맙다”고 했고 백악관은 대변인 공식 성명을 내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북한이 유해 중 일부를 돌려보내면서 주춤했던 북-미 비핵화 대화도 재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방북에서 합의한 비핵화 워킹그룹 회의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생큐 김정은” 했지만 고민 깊은 트럼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북한이 이날 보낸 미군 유해는 55구로 당초 예상했던 200구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사항 중 가장 쉬운 유해 송환조차도 ‘살라미식’으로 쪼개 이행하며 미국에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 채택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많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대화 판을 깨지 않되 언제든 복구할 수 있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적절히 해체하고 유해도 조금씩 송환해서 협상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고수하며 협상 판을 흔들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선(先)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협상카드가 여전히 마땅치 않다는 점. 북한이 비핵화 핵심 조치에서 벗어난 유해 송환으로 사안의 본질인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CVID)’ 요구를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를 나름대로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 송환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성에 차지 않는 조치가 많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해 공동발굴사업을 위해 북한에 전달해야 할 비용도 문제다. 대북 압박의 유일한 수단인 대북제재를 미국 스스로 완화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유해 송환에 드는 비용을 활용해 촘촘한 제재를 흔들려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평택=외교부 공동취재단
한성희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유해송환#북한#미국#비핵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