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법무부 실책할때가 상고법원 입법 타이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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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법원행정처 문건 살펴보니
‘부패와 전쟁’ 이완구 총리 담화 분석
“사법부 주도권 쥔 원세훈 사건 등 처리방향-시기 신중히 검토를” 주문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인 2015년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안을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정리한 보고서의 체계와 내용 등이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6월 5일 작성한 ‘국무총리 대국민담화의 영향 분석과 대응 방향 검토’ 보고서는 이 전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에 대한 정치적 함의를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집권 3년 차 어젠다’, ‘국면전환을 위한 집권 3년 차의 기업 수사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총리의 담화 발표 하루 만에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 강화 지시’ 지침을 하달한 것 등을 사례로 들며 검찰·법무부의 득세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사법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어 “2014년 세월호 사건 수사가 초반에는 다소 무리해 보였지만 속전속결·총력전식 수사를 통해 검찰·법무부는 BH(청와대)의 신임을 획득했다”며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정당해산 결정을 받아냄으로써 BH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대응 방향 검토 대목에서 “상고법원 입법 등 주요 사법정책 추진 시기를 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통해 BH와 여권이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은 상고법원 입법 등 주요 사법정책 추진에 유리한 요소는 아니며 특히 검찰·법무부의 득세로 사법부가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지만 사정(司正) 국면은 항상 양날의 검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특히 검찰·법무부가 실책을 저지르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므로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건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근혜 정부#이완구#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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