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7만명 동의한 ‘의원 세비’ 국민청원은 국회에 전달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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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판사 파면’ 청원 법원전달 논란

청와대가 판사 파면을 요구한 국민청원을 전화로 대법원에 전달한 사실(본보 4일자 A10면 참조)을 인정하면서 전달 과정과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4일 해명했다. 하지만 본보가 ‘팩트 체크’로 확인한 결과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다.

○ 청, “국회 국민청원은 국회에 전달”

청와대는 4일 “법원 관련 국민청원이 들어왔으니 (법원에) 통지를 한 것이다. 국회 국민청원이 들어오면 국회에 통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들어오면 국회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올 3월 8일 27만 명이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세요’라고 동의한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국회에는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국회의원 월급을 결정할 수 없다”며 국민청원을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비서관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최저시급 청원은 (실제로 실현)될 것이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이 더 열심히 일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라며 “(청원의) 기대치가 다르다. 사안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법조인들은 청와대가 국민청원의 성격을 자의적으로 구분하고, 전달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청, “문서로 전달하면 부담”

청와대는 4일 “문서나 우편, e메일 등으로 (국민청원을) 전달할 경우 서로 부담이 될 수 있어 전화 통화만 했다”고 해명했다. 법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전화 통화로 배려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 등 다른 정부 기관들은 ‘국민의 뜻’이 포함된 민원을 전달할 때는 전화가 아닌 ‘공문’을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은 모두 문서로 처리한다. 공문으로 하지 않을 경우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 수 있고, 각 기관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접수한 기관이 해결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법원에 내용을 전달하지도 않는다. 정 비서관은 “공문, e메일 전달 여부도 다양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대법원에) 부담 가지 않았으면 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 판사들은 “압력으로 느껴”

하지만 판사들은 청와대가 판사 파면 청원을 대법원에 전한 것 자체가 문제지만 공문이 아닌 전화를 사용한 방식도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A 판사는 4일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판사 비공개 카페에서 “국민청원을 전달하려면 공문으로 해야지, 아무 근거도 남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전화로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글을 올렸다. B 판사는 “국민청원을 청와대가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법 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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