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괴롭다… 곧 말할 기회 있을것”, 한미연구소측 “38노스 포기할 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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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지원 중단 파문 확산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예산 지원 중단을 둘러싼 청와대 외압 논란이 번지면서 연구소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억여 원의 예산 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하면서 핵시설 및 도발 징후 분석 등 38노스가 주도해 온 북핵 관련 연구활동도 덩달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괴롭다. 지금 한국 정부와 학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학교와 논의해) 아마 며칠 안에 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 도발 국면에도 미국을 대표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 등과 ‘트랙 1.5대화(민관합동대화)’에 참여했던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중 한 명이다.


예산 압박에 직면한 USKI는 38노스의 부분 유료화 등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KI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재단 등에서 후원을 받으면 앞으로도 운영해갈 수 있다. 38노스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38노스 편집장인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심 있으면 38노스에 기부해 달라”며 자체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38노스는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동향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6년 4월 북한 영변 핵시설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보다 2개월 앞서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사실을 분석했다. 그해 9월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을 포착해 핵실험을 예고했고 다음 날 북한이 5차 핵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 인공위성 사진을 제공받는 데 장당 100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아 운영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영국의 유력 군사잡지 ‘IH제인스’도 상업위성으로 한반도와 아시아지역을 들여다보지만 38노스는 북한만 특화해 분석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보고서도 참고하지만 비공개 회의 등을 통해 38노스에 조언하고 있는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 세계적인 핵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만나면 정책 결정에 반영할 통찰을 얻기도 한다”고도 했다. 정찰위성이 없는 우리 군이 입수하는 북한 내부 사진 영상은 사실상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것들이 대부분인 만큼 군 당국도 38노스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대한 38노스의 이 같은 ‘현미경 분석’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도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내부를 속속 들여다보는 38노스의 상업 위성사진이 언론에 기사화될 때마다 북한이 매우 민감해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특히 올해 들어 조성된 대화 기조에선 더욱 그럴 수 있다. 38노스를 통해 북핵이 이슈가 되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정부로선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USKI를 방문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구소가 북한 문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에 너무 치우친 느낌이다. 북핵 관련 오래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엘 위트#한미연구소#청와대#38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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